유물 및 유적답사

남포등

윤여설 2006. 9. 15. 12:32

 

  불과 한두 해 전에 사람이 살다간 흔적이 뚜렸한 빈집의 벽에 남포등(사진클릭)이 걸려 있다. 전기가 들어오기 전에 60~70년대까지 석유를 넣어서 사용하던 조명기구이다.

 

 

남포등은 ·램프(lamp)가 우리 말로 정착하면서 변한 외래어이다. 저 정도의 남포이면 부자집에서 쓰던 것이다. 저 남포를 걸고 밤 늦도록 추수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요즘 농촌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지 이렇게 묵정논이 많다. 벼가 누렇게 고개 숙여야 할 이 가을에, 피와 잡초만 무성하다.

 

 

그래도 달맞이꽃이 하늘거리며 방문객을 맞는다. 날씨가 흐려서 해상도가 매우 낮다.

 

위의 남포를 봤더니 떠오르는 시가 있어서 소개한다.

 

 

 

 

 

 


                    램프의 시(時) 1

                                     

                                                유 정


날마다 켜지던 창에

오늘도

램프와 네 얼굴은 켜지지 않고

어둑한 황혼이 제집인양 들어와 앉았다.

피라도 보고 온 듯 선득선득한 느낌

램프를

그 따뜻한 것을 켜자.

얼어서 찬 등피여 호오 입김이 수심(愁心)되어

갈앉으면

석윳내 서린 골짜구니

뽀얀 안개 속

홀로 울고 가는

가냘픈 네 뒷모습이 아른거린다.

전쟁이 너를 데리고 갔다 한다.

내가 갈 수 없는 그 가물가물한 길은 어디냐.

안개와 같이

끝내 뒷모습인 채 사라지는 내 그리운 것아.

싸늘하게 타는 램프

싸늘하게 흔들리는 내 그림자만 또 남는다

어느새 다시 오는 밤 검은 창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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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북 경성(鏡城)출생. 일본 죠오지(上智大學) 문학부 졸업. 약관 17세(1939)때 일본인 시인의 촉망을 받아 일본문예지 ‘와까구사’(若草)에 시를 발표. 1946년 공산치하를 벗어나 월남해 6·25 사변을 전후해 다시 문학활동을 재개. 시집으로 ‘사랑과 미움의 시’ (1956)등이 있다. 유정(柳呈) 시인은 청마(유치환) 생전의 모습과 체취를 필자에게 느끼게 했던 필자와 가까운 거리에서 자주 접했던 시인 중의 한 분이다. 6.258 전쟁의 포연이 가시지 않은 1954년에 발표한 이 시는 전후시대의 암울했던 상실의 연대에 램프는 과거를 밝히는 그리운 불빛으로 나아가 ‘싸늘하게 타는’ 그리움을 되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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