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문자메시지 (전편 수록)

가을밤

윤여설 2006. 9. 2. 09:37


  

뜰에 가득 찰랑대는 귀뚜리 울음은

떠나려는 것들의 쓸쓸함이 배어 있다

가로등불 사이 춤추며 지는 잎들도 아쉽다

모두 잡고싶다

말 없이 떠나려는 것들

귀가하는 자동차들은 쏜살같은데

가장을 맞는 정겨움이

골목 가득 젖어 있는데

공기의 감촉은 사체처럼 싸늘하다

강하자 다짐할수록

눈물겨워지는 결별의 축복들

올해도 덧없이 보내는구나

즐겁게 산책을 해도 서럽다

상주가 따라주는 한 잔의 술처럼


 

 

 

                                            <시집 문자메시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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