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앙상블 스테레오

윤여설 2005. 12. 26. 12:33

 

 

앙상블 스테레오




봄날 새벽 산에 오르면

분위기 좋은 음악회에 초대된다

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무대

밤새워 축원하는 산사의

풍경소리에 먼동이 트고

진달래 불길 속 온 골을 메아리 놓는

장끼의 목청 가다듬는 소리

돌 틈을 헤쳐나오는 계곡물의

화음에 해가 솟는다

잔가지 하나를 물고 비상하며

짝을 맞는 까치음성이

오욕을 버리라고 채찍하고

참나무눈들도 조용히

입을 벌려 웅얼거린다

아침을 물고 날아가는 새떼를 보면

내 마음도 날개를 펴고

어느 거스릴 것 없는데

널려 있는, 죄 같은 비니루처럼

왜 이곳에 하나될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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