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국가지식포털클릭
문자도, 글자와 그림의 결합
- 테마분류 ㅣ 문화/예술
- 등 록 일 ㅣ 2011-12-08
- 관련자료 ㅣ 8개
민중의 생활양식과 생각, 관습, 염원, 신앙, 미의식 등이 담겨 있는 민화는 주거 공간을 장식하거나 일상생활과 사회질서 유지를 위한 교화적인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그려진 그림입니다. 이름 없는 화가들에 의해 그려진 민화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문자도’입니다. 한자 자체의 조형성을 바탕으로 하는 문자도는 글자와 그림을 결합시킨 것으로, 글자와 연관된 이야기의 내용과 다양한 상징물 등이 등장합니다. 옛 사람들은 이것을 ‘꽃글씨’라고도 불렀는데, 그 이유는 다채롭고 화려한 그림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는 글씨가 마치 활짝 핀 꽃처럼 보이기 때문이었지요.
그렇다면 옛사람들은 무슨 목적으로 이런 그림을 그렸을까요? 그림 속에 등장하는 소재와 그것이 지닌 의미는 무엇일까요? 민화 가운데서도 가장 독특한 그림으로 손꼽히는 문자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지식자원관리사업으로 구축된 '문양원형 콘텐츠(http://culture.go.kr/submain/pattern.do)'와 '국가문화유산 종합 DB (http://www.emuseum.go.kr/index.do)'의 도움을 받아 문자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문자도란?
한자를 그림처럼 도안화하여 표현한 것으로, 중국에서 유래되어 우리나라로 전해졌습니다. 한자문화권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조형예술인 문자도는 주로 길상적 의미를 가진 글자나 상서롭고 신령한 동물을 나타내는 글자, 유교 덕목을 나타낸 글자들을 다루었으며, 글자의 의미와 관계가 있는 고사나 설화 등의 내용을 대표하는 상징물을 자획(字畵) 속에 그려 넣는 방식으로 제작됐습니다.
19세기에 이르면 상류층 문자도의 정형에서 벗어나 일반 서민들의 기호와 미적 정서가 반영된 문자도가 널리 유행하게 되는데, 이는 회화성과 장식성이 더 강조되고 글자 본래의 의미와는 무관한 다양한 표현이 가미된 것이었습니다. 후기로 갈수록 화제의 구성도 다양해져 단순히 문자도로만 구성된 순수한 문자도 외에도 책거리문자도, 산수문자도 등 다른 민화의 화제와 결합된 그림들도 다수 등장했으며, 근래에는 한글을 이용한 문자도도 제작되었습니다.
문자도의 제작 기법으로는 모필(毛筆)을 사용하는 전통적인 기법 외에도 가죽붓을 재빨리 구사하는 혁필화(革筆畵) 기법, 인두를 불에 지져서 그리는 낙화(烙畵) 기법, 그리고 바늘과 실을 이용한 자수 기법도 활용되었습니다. 문자도의 종류는 크게 효제문자도, 길상문자도, 수호문자도로 나눌 수 있는데, 먼저 효제문자도는 효(孝)·제(悌)·충(忠)·신(信) 등 유교 덕목을 나타낸 글자를 이용한 그림을 말하는 것으로서 흔히 ‘윤리문자도'라고도 부릅니다. 길상문자도는 부귀(富貴)·수복강녕(壽福康寧)·다남(多男) 등의 글자를 이용한 그림을 말하며, 고대의 사신 사상과 애니미즘, 풍수사상을 반영한 그림이라 할 수 있는 수호문자도는 용(龍)·호(虎)·구(龜) 등의 글자를 이용한 것입니다.
▶ 문자도 8폭병풍 출처: 국가문화유산 종합 DB ☞ 바로가기 |
>> 효제문자도, 유교적 윤리관이 반영된 그림
효제문자도는 유교의 덕목인 효(孝 : 효도), 제(悌 : 우애), 충(忠 : 충성), 신(信 : 믿음), 예(禮 : 예절), 의(義 : 의리), 염(廉 : 청렴), 치(恥 : 부끄러움)의 여덟 글자를 소재로 하여, 한자 자획 속에 해당 글자와 관련된 이야기와 상징물들을 그려 넣은 것입니다. 유교를 통치 이념으로 삼았던 조선시대에는 효제문자도가 많이 그려졌는데, 주로 여덟 폭의 병풍으로 제작되어 백성들의 생활공간, 특히 글을 배우는 어린아이의 방이나 선비들의 방을 장식했습니다.
▶ '효제문자도(윤리문자도)' 중 문자도 일부분
출처: 국가문화유산 종합 DB ☞ 바로가기
> 효(孝)
부모에 대한 효도를 의미하는 ‘효(孝)'자에는 잉어, 죽순, 부채, 거문고 등의 도상이 등장합니다. 잉어는 계모를 위해 한겨울에 얼음을 깨고 잉어를 잡아 올린 진나라 선비 왕상의 효행을 상징하며, 죽순은 노모의 병을 고치기 위해 눈 쌓인 대밭에서 뜨거운 눈물로 죽순을 돋아나게 한 오나라 맹종의 효심을 상징합니다. 잉어만큼이나 자주 등장하는 부채는 더운 여름날 부모가 누울 베개를 미리 부채질하여 시원하게 만들었다는 한나라 때의 효자 황향에 대한 이야기에서 비롯되었고, 거문고는 지극한 효심으로 유명했던 순 임금이 부모를 위해 거문고를 연주했다는 이야기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 '효자도(孝字圖)' 출처: 국가문화유산 종합 DB ☞ 바로가기 |
> 제(悌)
형제간의 우애를 의미하는 ‘제(悌)'자에는 할미새와 산앵두나무가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는 《시경(詩經)》의 글귀에서 유래한 것으로, 호들갑스럽게 보이는 할미새의 모습을 어려운 일을 당하였을 때 바쁘게 움직이며 서로 돕는 형제애에 비유한 것이라 합니다.
▶ 당채효제충신팔자도의 '제(悌)'자(字) 출처: 문양원형 콘텐츠 ☞ 바로가기 |
> 충(忠)
임금과 나라에 대한 충성의 의미하는 ‘충(忠)'자에는 잉어, 용, 새우, 조개, 대나무가 그려집니다. 먼저 잉어와 용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매년 봄이 되면 잉어들이 떼를 지어 중국 황하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 용문폭포에 다다르게 되는데,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 여의주를 먼저 입에 무는 단 한 마리의 잉어만이 용으로 변해 하늘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등용문(登龍門)이라는 말이 바로 여기서 나왔는데, 이 이야기는 잉어가 용으로 변하듯이 과거에 합격하여 높은 벼슬에 올라 임금께 충성하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단단한 껍질로 싸여 있는 새우와 조개는 최상의 직위와 굳은 지조를 상징하며, 부러질지언정 휘지 않는 성질을 지닌 대나무는 충절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출처: 문양원형 콘텐츠 ☞ 바로가기
> 신(信)
사람 사이의 믿음을 의미하는 ‘신(信)'자에는 청조(靑鳥)와 흰기러기가 등장합니다. 중국 서왕모 설화에 나오는 청조는 사람의 머리에 새의 몸통을 가진 상상의 새로, 언약과 믿음의 상징입니다. 흰기러기 역시 믿음과 안서(雁書 : 먼 곳에 전하는 편지)의 상징으로, 이는 한나라 때 흉노에게 사신으로 갔다가 억류된 소무라는 사람의 이야기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한나라 소제(昭帝)는 소무를 구하기 위해 특사를 파견하지만 흉노의 우두머리는 소무가 죽었다고 말합니다. 그의 말이 거짓임을 알아차린 한나라 특사는 '이곳에 오기 전에 기러기를 잡았는데, 그 기러기의 발목에 소무의 서신이 달려있었다'라 했고, 흉노의 우두머리는 하는 수 없이 소무를 석방시켰다고 합니다.
▶ 인언위신(人言爲信)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신(信)'자(字) 출처: 국가문화유산 종합 DB ☞ 바로가기 |
> 예(禮)
사람이 지녀야 할 예를 의미하는 ‘예(禮)'자에는 책을 등에 진 거북이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중국 하나라 우임금이 낙수에서 치수를 할 때 나타난 거북의 등에 나타난 글씨를 보고 천하를 다스리는 아홉 가지의 법, 즉 홍범구주(洪範九疇)를 지었다는 이야기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 아홉 가지의 법에는 예(禮)의 기본이 되는 삼덕(三德)이 나오는데, 거북이가 예를 상징하는 동물이 된 것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 '예자도(禮字圖)' 출처: 국가문화유산 종합 DB ☞ 바로가기 |
> 의(義)
사람이 살아가면서 지녀야 할 의리를 의미하는 ‘의(義)'자에는 복숭아꽃, 물수리, 연꽃이 등장합니다. 복숭아꽃은 《삼국지》의 유비, 관우, 장비가 복숭아나무 언덕에서 의형제를 맺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했으며, 《시경》에서 비롯된 한 쌍의 물수리는 부부간의 의(義)를 나타냅니다. 그리고 물수리가 자주 찾는 것으로 알려진 연꽃은 진흙탕 속에서도 환하게 피어오르는 꽃으로, 어떠한 시련 속에서도 의리를 잃지 않는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 윤리문자도 '의(義)'자(字) 출처: 국가문화유산 종합 DB ☞ 바로가기 |
> 염(廉)
청렴을 의미하는 ‘염(廉)'자에는 봉황과 게가 등장합니다. 봉황은 암컷 ‘봉'과 수컷 ‘황'을 함께 이르는 말로, 닭의 머리에 뱀의 목, 제비의 턱에 거북의 등, 물고기의 꼬리 모양을 하고 있는 상상속의 새입니다. 전설에 의하면 봉황은 살아 있는 벌레와 풀은 먹지 않고, 오동나무가 아니면 앉지 않으며,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러한 봉황의 성품은 ‘염'이라는 단어와 통하기 때문에 옛 사람들은 봉황을 청렴과 절제의 상징으로 여겼습니다. 한편, 게가 청렴의 상징이 된 것은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분명히 했던 북송의 유학자 주돈이의 이야기로부터 비롯되었는데, 이는 앞으로 나아갔다가 뒤로 물러서기를 반복하면서 먹이를 찾는 게의 습성에 비유한 것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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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恥)
자신의 행동을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의 ‘치(恥)'자에는 달과 매화, 수양산 등의 상징물이 등장합니다. 이는 중국 고대 무왕이 은나라를 멸망시키고 주나라를 세운 것을 부끄럽게 여겨 수양산에 들어가 숨어살면서 달과 매화를 가까이하고 고사리로 연명하다 죽었다는 백이(伯夷)와 숙제(叔齊)의 고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림 속에 백이숙제의 모습이 직접 묘사되기도 합니다.
▶ '효제충신예의염치' 문자도 출처: 국가문화유산 종합 DB ☞ 바로가기 |
>> 길상문자도,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마음을 담은 그림
부귀(富貴), 수복강녕(壽福康寧), 다남(多男) 등의 글자를 이용한 길상문자도는 염원이나 꿈 등을 획이나 글씨로 표현하여 현세의 행복, 장수, 안락을 희망하는 그림입니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는 ‘백수백복도(百壽百福圖)'가 있는데, 이는 장수의 의미를 담고 있는 ‘수(壽)'자와 복의 의미를 담고 있는 ‘복(福)'자를 각 형태가 다른 모습으로 화면 가득 그려놓은 그림입니다. 여기서의 백(百)은 숫자 100을 의미한다기보다는 ‘많고 다양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각의 글자는 저마다 다른 색상과 모양으로 그려졌는데, 이는 단순성을 피하면서도 글자가 가진 뜻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대개 여덟 폭이나 열 폭의 병풍으로 제작된 백수백복도는 조선시대 왕실과 양반가에서 장수와 행운을 기원하는 장식품으로 쓰였으며, 일반 백성들이 사용하는 생활용품의 문양으로도 사용되었습니다.
▶ 길상문자(吉祥文字)문양의 담장 출처: 문화재 학술조사 연구정보 DB ☞ 바로가기 |
>> 수호문자도, 벽사와 수호를 염원한 그림
호랑이나 용과 같이 상서롭고 신령한 동물을 나타내는 글자를 이용한 ‘수호문자도’는 귀신을 쫓고 액운을 막기 위해 제작됐습니다. 예로부터 호랑이를 친근하게 여겼던 우리 조상들은 호랑이가 수재·풍재·화재의 세 가지 재앙과 지병과 기근 등을 막아준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집을 지을 때에도 가장 핵심부라 할 수 있는 상량(上梁)에 ‘호(虎)'라는 글자를 적어두었고, 집안 곳곳에 호랑이 부적과 호랑이 그림을 붙여 액운이 찾아들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호(虎)'자를 이용한 문자도 역시 이러한 목적으로 그려졌는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바람을 일으키는 호랑이를 표현한 풍호문자도(風虎文字圖)와 서예적 요소와 도안적 요소가 혼합되어 있는 만호도(萬虎圖)를 꼽을 수 있습니다.
상상속의 동물인 용은 신성하고 고귀한 존재로서 왕권과 위엄을 상징했습니다. 강·호수·바다 등에 살며 하늘을 떠돌아다니는 용은 물을 다스리고 날씨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과거 민간에서는 용을 수신(水神)으로 간주하여 기우(祈雨)의 대상으로 삼거나 풍어를 기원하는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또한 사람들은 용이 인간에게 도움을 주고 국가를 보호해 주는 것은 물론, 잡귀를 쫓고 복을 가져다주는 존재라 믿었습니다. ‘용(龍)’자를 이용한 문자도는 바로 벽사의 기능을 강조한 것으로, 가장 대표적인 그림으로는 구름과 용을 나타낸 운룡문자도(雲龍文字圖)가 있습니다.
※ 참고문헌 및 사이트
ㅇ 꿈꾸는 우리 민화, 윤열수, 보림출판사, 2005
ㅇ 허균의 우리 민화 읽기, 허균, 북폴리오, 2006
ㅇ 조선민화박물관 (http://www.minhwa.co.kr)
ㅇ 어린이박물관 (http://www.kidsnfm.go.kr/folk/edu/munja/ui_munja.html)
ㅇ 다음 & 네이버 백과사전
- 국가지식포털 객원기자 주유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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