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시를 위한 아포리즘

시는 의(意)가 주가 되므로

윤여설 2008. 9. 30. 11:07

 

 

시는 의(意)가 주가 되므로 의를 잡는 것이 가장 어렵고 말을 맞추는 것은 그 음이다.

의도 또한 기(氣)를 위주로 한다. 기의 우열에 따라 의의 깊고 옅음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기란 천성(天性)에 딸린 것이어서 배워서 이룰 수는 없다.

그러므로 기가 떨어지는 사람은 글 다듬는 것을 능사로 여기고 의를 앞세우지 않는다.

 대체로 글을 깎고 다듬어 구(句)를 아롱지게 하면 아름다움에는 틀림 없다.

하나 거기에 심후한 의가 함축되어 있지 아니하면

처음에는 볼 만하나 다시 씹어보면 맛이 없어져 버린다.

                                                                  ―이규보

시에는 마땅치 못한 아홉 가지 체가 있다.

이것은 내가 깊이 생각하여 체득한 것이다.

시 한 편 속에 옛사람의 이름을 많이 사용한 것은 수레에 귀신을 가득 실은 것,

옛사람의 뜻을 몰래 취해 쓰는 것은 도둑질을 잘한다고 해도 옳지 않은데

도둑질이 서투르면 이것은 서툰 도둑질이 잘 잡히는 것,

강운으로 압운하여 근거가 없으며 이것은 쇠를 당기나 이기지 못하는 것,

재주는 헤아리지 않고 지나치게 압운하면 이것은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것,

험벽한 글자를 쓰기 좋아하며 사람으로 하여금 미혹하게 하는 것은 구덩이를 파놓고 장님을 인도하는 것,

말이 순편하지 않으면서도 같은 사람에게 쓰기를 강요하는 것은 억지로 자기를 따르게 하는 것,

일상용어를 많이 쓰는 것은 촌사람이 이야기하는 것,

공자나 맹자를 범하기 좋아하는 것은 존귀함을 함부로 범하는 것,

글이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것은 잡초가 밭에 가득한 것이다.

이 마땅하지 못한 체격을 면할 수 있게 되면 함께 시를 이야기 할 수 있다.

                                                                                        ―이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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