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물새

윤여설 2007. 9. 18. 12:32

 

 

(원고지 75장)    
                              

                                         물새

 

 


                                                                                                 윤 여 설



여름 철새인 물새 한 마리가 길을 잃고 뚝섬 시민공원에서 빈사상태로 발견되어 조류협회에서 지금 보호중이다. 
                             97년 12월 3일
                             x x 일보 가십란에서 





서울시 성동구 용답동 182번지. 
한양대학교 배구장 옆, 청계천과 중량천이 합류하는 곳으로 일명 살곶이들(野)이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사냥을 즐겨하던 장소였다. 화살에 맞은 새가 자주 떨어지는 곳이라서 살곶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또한 살곶이는 오랫동안 조선시대 왕실의 말목장과 왕의 군대사열장으로 사용됐다. 그곳을 가로지르는 살곶이 다리에서 바라보면 동쪽의 중량천에는 성수에서 신설동으로 가는 지하철 2호선 지선이 운행되는 교량이 있고 지하철 차량기지 옆 청계천 고수부지가 보인다. 그리고 중량천변도 몇 년 전부터 순환도로가 되어 자동차들이 질주하고 있었다. 또한 지금도 청계천 위로 고가도로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한양대쪽 고수부지에는 축구장이 들어서 있고 그 반대쪽인 청계천을 건너서 기지쪽에는 잡초가 무성히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동쪽으로 아차산이 보이고 남쪽을 바라보면 응봉산과 응봉팔각정이 보이고 멀리 아득히 한강이 눈에 띈다. 그 옛날 선비들이 한양을 출입할 때에 살곶이다리 위에서 잠깐 쉬면서 한강을 바라보며 조용히 시 한수를 읊었음직도 하다. 꽤 경치가 좋은 곳이다. 상습 침수지역이었으나 한강개발사업의 덕을 톡톡히 본셈이다.


남쪽에서 겨울을 난 물새 한 쌍은 다시 서울 한강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올림픽 전까지만해도 한강변에서 둥지를 틀 수가 있었다. 지금은 갈대는 물론이고 자갈도 모래도 없는 강변을 날으며 그들은 한숨을 쉬었다. 위에서 바라본 한강은 작년과 변함없었다. 버드나무 한 그루 남지않고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잔디가 아름답게 심어져 있었다. 
작년에는 다른 새들보다 먼저 와서 밤섬에 터를 잡을 수가 있었다. 올해는 작년보다 일찍 출발했으나 더욱 늦게 도착을 했다. 남쪽에서 수컷이 왼쪽 날개를 다쳤다. 그들은 작년에 둥지를 틀었던 밤섬을 찾았다. 모두가 허사였다. 빈자리가 없었다. 먼저 온 물새들이 모두 차지해 버렸다. 
물새 부부는 행주대교부터 미사리까지 샅샅이 뒤졌으나 매일 고생만 했다. 둥지를 틀만한 곳은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곳을 찾아갈 수도 없었다. 한강은 너희 할아버지가 나를 낳은 터이고 내가 너희를 낳은 터이다. 라고 말하며 이곳을 떠나지 말라는 아버지의 말을 물새부부는 늘 기억하고 있었다. 또한 다른 곳은 한 번도 가보지 못했고 알지도 못했다. 같은 무리들에게서 한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갈대가 우거진 강변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자신도 없고 용기도 없었다. 
날개가 성치 못한 수컷은 그만큼 부자연스러웠고 암컷은 수컷을 보살피느라고 힘이 들었다. 수컷의 사냥 능력은 매우 저조했다. 하루 종일 한강을 헤매고 다닌 그들은 저녁 늦게 잠실대교 옆에 오로지 한 곳인 자갈밭에 내려 앉았다. 
그들은 답답하기만 했다. 작년에는 밤섬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미처 생각을 못했다. 아무리 둘러봐도 옛날의 갈대밭은 잔디가 곱게 심어져 위압감을 주며 철거중인 당산철교 옆 외국인묘지 부근은 배구장이 들어섰고 잠실쪽은 축구장과 어린이 위락시설이 자리잡고 있었다. 
수컷이 먼저 부리를 열었다. 
"이러다가는 다른 강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아 ......"
"......"
해가 뉘였뉘엿 지며 저녁노을에 비친 강물은 붉기만 했다.
그 순간, 암컷은 재빨리 날아서 보석처럼 반짝이며 튀어오르는 피라미 한 마리를 낚아챘다. 그리고는 물어온 먹이를 수컷에게 먹였다. 암컷은 몸을 움츠리며 눈을 지그시 감고는 옆걸음으로 수컷에게 갔다. 수컷은 부리로 암컷의 목과 날개 부위를 쪼아가며 깃털을 가지런히 해주며 날아다니느라 힘이 들었던 날개를 쪼아주었다. 암컷은 마냥 행복해서 부리를 수컷의 가슴깃털에 묻었다.
암컷을 쪼아주던 수컷은 미안한 듯이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이곳은 아무리 찾아봐도 둥지를 틀만한 곳은 없소. 내 날개가 성치 못해서 미안하오."
머리를 숙이는 수컷의 초랑초랑한 눈망울에 우수가 어린다.
암컷이 말했다. 
"나는 괜찮아요. 어딘가 찾아보면 좋은 곳이 있을 겁니다.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우리도 가을에 내려갈 때는 새끼를 네다섯은 거느릴 수 있을 겁니다. 편치 못한 몸을 매일 고생만 시켜드려서 미안해요."
암컷은 부리로 수컷의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쪼아주었다.
수컷은 다시 말했다.
"나는 이제 가볼만한 곳은 없소. 내가 태어나고 자란 이 한강변, 지금은 고수부지가 된 갈대늪과 자갈밭밖에 나는 모르오. 어렵기는 하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서 다른 곳으로 가봅시다. 이곳은 갈수록 너무 삭막하게 변하고 있소. 그래도 내가 몸이 성할 때는 괜찮았는데, 나로서는 능력부족이오. 수심도 너무 깊고 우리가 좋아하는 피라미와 새끼들은 꼭 먹어야하는 여치나 메뚜기는 거의 없소." 
암컷은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너무 염려마세요. 곁에는 제가 있잖아요. 그리고 아까 다른 물새들이 저쪽 중량천 부근으로 날아갔다가 오는 것을 보았어요. 아마 그쪽에는 좋은 곳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우리 날이 새면 그쪽으로 한 번 날아가보지요."
수컷이 말했다. 
"나도 그곳에 갈매기들이 날아가길래 가보려고 했으나 물이 너무 오염되어서 안갔소. 그러나 날이 밝으면 우리 한 번 가봅시다."
물새부부는 부리를 날개깃에 묻고 잠이 들었다.
아침 일찍 물새부부는 중량천을 따라 올라가봤다. 군자교까지 날아왔으나 계속 오염되어 먹을 것이 없었으며 다른 새들도 다시 내려오고 있었다. 물새부부도 다시 내려와 한양대 뒤쪽 청계천과 중량천이 합류되는 지점에서 청계천을 따라 올라갔다. 그곳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마장동 도축시장에서 돼지고깃덩이가 떠내려 오고 있었다. 물은 오염이 되었으나 고깃덩이는 아직 싱싱하므로 갈매기와 파랑새가 물어다가 먹느라 야단이었다. 차량기지 담장에 앉아서 파랑새는 여유있게 먹고 있었다.
물새부부는 한양대 뒷편을 계속 맴돌며 주위를 살펴봤다. 지하철 기지쪽 담장 아래의 풀밭은 아직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였다. 그들은 일단 풀밭에 내려 앉아 주위를 살펴봤다. 부근에는 다른 새들의 둥지가 보였다. 
암컷이 땅을 조금 발로 허벼보고 냄새를 맡아봤다. 약간의 금속성 기름냄새가 났으나 둥지를 틀 수는 있었다. 그리고 주위에는 한강에서 보기드문 메뚜기가 있어서 먹이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가 있었다. 수컷은 중량천으로 날아가 떠내려오는 고기 한 덩이를 어렵게 물고 왔다. 돼지 내장덩이였다. 처음 먹어보는 먹이였으나 그런데로 먹을만 했다. 물새부부는 서로 먹이를 쪼아먹으면서 마주보고 눈빛으로 무언의 약속을 했다. 그냥 먹을만해. 그리고 둥지도 틀 수 있고 한강도 가까우니까 여기서 없는 먹이는 거기에서 구하면 되겠지. 우리도 좋은 날이 올거야. 앞으로 희망이 있겠지. 수컷은 다친 왼쪽 날개를 폈다가 접었다. 암컷이 부리로 수컷의 날개를 쪼으며 잘 다듬어 주었다.
물새부부는 다시 풀밭주위를 한바퀴 빙 돌았다. 위에서 바라본 풀밭은 한강에서 제일 평화가 어린 듯했다. 중량천쪽은 아무래도 지하철이 지나가며 시끄럽고, 마장동쪽은 다른 족속들이 둥지를 틀고 있었다. 접근하면 목을 빼물고 깃을 세우며 경계자세를 취했다. 하룻낮을 돌아본 그들은 좀 냄새가 나기는 하지만 중량천과 청계천이 합류하는 부근의 차량기지쪽 풀밭에 둥지를 틀기로 했다. 
수컷은 발로 허벼가며 오목하게 파봤다. 바닥에는 물이 나는 곳도 있고 기름냄새가 나서 도저히 둥지를 틀 수 없는 곳도 있었다. 
맥빠진 모습으로 앉아 있는 수컷에게 암컷이 다가와 물고온 먹이를 먹여주며 말했다.
"저기 다리밑에 좋은 곳이 있는 것 같아요."
"그곳도 내가 모두 다녀봤소."
"아니예요. 저쪽에 틀림없이 있어요."
수컷은 반신반의해서 머리를 좌우로 꺄우뚱거리며 대답했다. 
"그러면 같이 가봅시다."
물새부부는 중량천을 가로지르는 지하철교량 아래 차량기지초소에서 20여미터 거리에 있는 한 장소에 내려 앉았다. 열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요란했다. 주위에 다른 둥지는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지하철교량 위로 날아가며 살펴보았다. 선로의 침목 사이 자갈에는 죽은 새들이 즐비했다. 강을 거슬러 올라가다가 교각을 만나자 당황해서 교량 위로 날아가다가 달리는 전동차에 부딪친 것이다. 수컷은 암컷에게 항상 조심하자고 말했다. 그들은 교량 아래는 소란하므로 청계천쪽으로 10 미터쯤 옮겨서 잔모래가 많은 곳을 발로 후비며 부리로 쪼아서 일단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주위를 살펴봤다. 깡통 쭈그러든 것, 치솔 부러진 것, 병조각, 비니루 등 온갖 잡동사니들이 널려 있고 크로바풀, 질경이, 여뀌 등 잡초들도 어우러져 있었다. 가까이에 지름이 1미터정도의 돌이 있었다. 올라가서 주위를 경계하기가 아주 적합했다. 주위에 다른 새의 보금자리가 없어서 또한 천연의 요새였다. 가끔 지하철이 달리는 소리가 요란하지만 견딜만 했다. 그리고 작년에 제초작업을 해서 버린 구덩이가 있었다. 이곳은 매년 제초작업을 한다.
물새부부는 마주보며 아주 좋은 날이 올거야하며 눈을 깜작이고 서로를 위로했다. 그리고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발로 허벼서 흙과 모래를 주위로 분산시켰다. 두터운 곳은 부리로 쪼아가면서 수컷이 조금 힘겨워 하면 암컷이 거들어주고 암컷이 힘들어 하면 수컷이 도와주었다. 보금자리를 마련하는데 하루를 소비했다. 마무리하지 못한 일은 내일 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곳에도 기름냄새가 조금씩 풍겼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파악했다. 이정도는 새끼를 키우는데 지장이 없을거야. 그들은 서로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그들은 모처럼 보람있는 하루를 보냈다. 암컷이 가장자리에 먼저 들어갔다. 수컷은 돌 위에 올라가 목을 길게 빼물고 큰소리로 몇 번을 소리쳤다. "꽥 낄록 록 록 ......" 이곳은 내집이 있다. 아무도 오지 말아다오, 라고 외쳤다. 그리고 주위를 살펴본 뒤에 보금자리로 돌아왔다. 그들은 서로 부리를 마주 대보기도하고 목부분을 서로 쪼아주기도 했다. 암컷이 모처럼 수컷의 깃털에 부리를 묻었다. 수컷은 암컷의 깃털을 가지런하게 부리로 쪼아주며 다듬어 주었다. 
수컷이 먼저 부리를 열었다. 
"그동안 수고 많이 했소. 지금이 가장 행복하구려. 좋은 날이 올 겁니다."
암컷이 대답했다.
"나야 뭐 수고한 것이 있나요. 불편한 날개로 이곳까지 와서 둥지를 마련했으니 당신이 정말 고생이 많았어요."
암컷은 수컷의 가슴깃털에 부리를 뭍었다. 
수컷이 다시 부리를 열었다. 
"아마 올 가을에는 우리도 다른 물새처럼 다섯 식구는 데리고 떠날 수 있을 게요. 우리에게는 그것이 제일 부러운 일이었지요."



물새부부는 이곳으로 날아오기전 남쪽에서 겨울을 나면서, 그때에도  무서운 경험을 했다. 먹이를 구해서 갈숲에 앉아 먹으며 쉬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어디선가 "탕탕" 하는 굉음이 들려왔다. 그들은 놀라 다른 물새들과 함께 하늘로 날아 올랐다. 그 때 한 마리의 흰개가 그들을 보며 ?아왔다. 물새떼들은 죽을 힘을 다해서 달아났다. 조용하고 아득한 터전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그 순간, 또 "탕탕" 하는 굉음과 함께 날아가던 동료들 몇이 지상으로 추락했다. 물새부부는 달아나면서 아래를 내려다 봤다. 몇몇의 사람들이 긴 물체를 들고 서 있었다. 그들은 날아가는 그들을 향해 다시 긴 물체를 겨눴다. 그 때 긴 물체 끝에서, 하얀 연기와 함께 불을 뿜더니, 또 굉음이 들렸다. 동료 몇이 또 지상으로 떨어졌다. 그 추락한 물새를 향해 흰개가 뛰어 갔다. 그 개는 땅에 떨어진 물새를 물고 사람쪽으로 가고 있었다.
물새들은 그 일 이후 사람이 제일 무서운 것을 알았다. 그리고 사람이 들고 다니는 길고 뾰족한 물체가 그들의 생명을 노리는 것도 알았다. 사람만 보면 물새들은 본능적으로 달아났다. 모든 냄새중에서 화약냄새를 구분했다. 그 냄새는 멀리서도 구분이 갔다. 그냄새 뒤에는 그들의 생명을 앗아 가는 것을 알았다. 개도 무서운 것을 알았다. 
한참 멀리 피해 날아나던 수컷의 날개짓이 힘이 들었다. 암컷은 수컷을 바라봤다. 수컷의 날개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물새부부는 멀리 날아가 안전한 곳에 내려 앉았다. 수컷의 왼쪽 날개에 총알이 스친 자국이 났다. 상처는 그렇게 심한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날개가 조금 부러졌다. 안정을 되찾았지만 날아가는데는 매우 힘들었다. 수컷은 날지 못하고 땅 위에서 생활을 했다. 암컷은 먹이를 물어와 수컷을 먹였다. 수컷의 뼈가 붙을 때까지 한달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그 뒤로 수컷은 날개를 잘 쓰지 못했다.



아침에 그들은 모처럼의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부산하게 움직였다. 우선 둥지 가장자리를 완전하게 다듬었고 검불을 물어왔다. 보송보송한 마른 갈대가 습기가 차지 않아 알을 부화하기가 제일 좋으나 구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찾아봐도 헛수고였다. 잡풀들을 가져다가 부리로 꺾고 발로 이겨서 바닥에 잘 깔았다. 몸이 성치 못한 수컷이라서 다소 능률이 떨어졌다. 한쪽 날개를 늘어트리고 부리와 발을 움직이는 수컷을 바라보면 암컷은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물새부부는 마지막으로 가슴 털을 부리로 뽑아서 둥지에 부드럽게 펴서 마무리를 했다.
암컷은 바로 산란기에 접어들었다. 
며칠뒤 알을 낳았다. 수컷은 돌 위에 앉아서 목을 최대한 길게 빼물고 깃털을 세워 위엄을 내보이며 주위를 경계했다. 주위에 침입자가 없는가를 감시했다. 가끔 먹이를 물어다가 암컷에게 주기도 했다. 암컷은 하루에 하나씩 다섯 개를 낳았다. 보통 여섯 개를 낳았으나 이곳에서 너무 고생을 했고 먹이를 충분히 먹지 못해서 하나를 적게 낳았다. 그리고 알의 크기가 다소 작았다. 
물새부부는 안쓰러운 듯이 물끄러미 알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부화가 잘 되도록 기원했다. 짙은 갈색에 검은 점이 박힌 알을 교대로 품기 시작했다. 주로 암컷이 안고 수컷은 돌 위에 앉아서 경계를 섰다. 암컷이 물과 먹이를 구하려고 나오면 수컷이 교대를 했다. 급할 때는 먹이를 마장동 축산시장에서 떠내려 오는 고깃덩이로 해결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물은 오염이 심해서 한강까지 갔다가 돌아와야 했다. 만만치가 않은 거리였다. 교대시간이 너무 길어서 서로들 피곤했다. 그러나 이것만도 다행이고 행운이다. 마장동 축산시장이 없었다면 날개가 성치 못한 수컷은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이곳에는 갈매기도 자주 들리며 파랑새도 있고 다른 조류도 있다. 그들을 노리는 새매와 소리개도 가끔 나타난다. 그럴때면 수컷은 깃털을 세우며 목을 길게 빼물고 하늘을 향해 요란스럽게 울었다. 그러나 눈에 띄면 허사일 것이다. 영락없이 매의 먹이가 될 것이다. 다행인 것은 이곳이 지하철 다리 아래 부근이라서 매가 잘 접근을 하지 않았다. 7분에 한 번씩 지나가는 열차가 요란스러워 다가오기가 힘들었다. 그것을 알리 없는 수컷은 자신의 울음소리 때문에 새매가 접근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보람있어 했고 암컷은 수컷이 너무나 대견스러웠다. 
밤이면 둥지에서 하늘을 보며 미래를 설계했다. 비록 별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가끔 눈에 띄는 것도 있었다. 매연이 하늘을 덮고 둥지바닥에서 기름냄새가 났지만 그들에게는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암컷이 먼저 부리를 열었다. 
"저 별, 저별이 보이지요. 태어날 새끼들을 잘 길러 저 별이 잘 보이는 남쪽으로 데리고 가는 좋은 날이 올겁니다."
"그래, 우리도 가을에는 다섯 마리를 거느리고 대견스럽게 일행에 끼어 남쪽으로 갈 수 있을 거야."
"그럼요. 우리가 한강을 떠나지 않기를 잘 했어요."
"조상들은 선견지명이 있어. 찾아보면 좋은 곳이 있는 것을 ...... "
암컷이 힘을 주어 대답했다. 
"우리가 너무 성급했었나봐요."
그들의 음성이 강변의 밤을 조용히 수놓았다.
알을 품은지 보름만에 첫 부화가 됐다. 이제 갓 부화되어 빨간 몸둥이에 털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부리가 노란 새끼가 귀엽기만 했다. 물새부부는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암컷은 알껍질을 물어다가 밖에 버렸다. 수컷은 불편한 날개로 멀리 뚝섬까지 날아가서 먹이를 물어와 새끼에게 먹였다. 하루에 한 개씩 부화가 되었다. 아직 눈을 뜨지 않아 툭툭 건드려 노란 부리를 짝 벌리면 수컷은 먹이를 재빨리 넣어주었다. 
어쩐지 한 개는 부화가 되지 못했다. 
암컷이 영양부족 상태에서 낳은 알이라서 껍질이 얇아 품는 동안에 조금 깨졌다. 그것을 모르는 암컷은 알을 발로 굴려보고 더 품어보고 하다가 지쳐서 한쪽으로 밀어 놨다. 물새부부는 너무 안타까웠다. 다섯 개밖에 못 낳은 것도 서운하다. 그중에서 한 개가 또 부화되지 못한 것을 괴로워 하는 암컷을 달래며 수컷이 부리를 열었다. 
"우리 여섯 식구만 남쪽으로 가도 괜찮아요. 한 식구도 늘려가지 못하는 물새도 있는데 뮐."
암컷이 대답했다. 
"차라리 안 낳은 것만 못해요."
수컷은 부리로 암컷의 눈 주위에 눈물을 쪼아주며 말했다. 
"그러니 어쩌겠소. 모든 것은 운명인 것을. 너무 상심하지 맙시다." 라고 위로하면서 암컷의 목을 쪼아주었다. 
새끼들은 물새부부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먹고 무럭무럭 자랐다. 이레만에 하루에 한 마리씩 눈을 떴다. 그러나 갈대잎이 없어서 바닥을 충분히 깔지 못해, 땅에서 올라온 기름기가 새끼들에게 피부염을 일으켜 여러군데 벗겨져 상해 있었다. 몸이 따가운 새끼들은 둥지 가장자리에서 기름기가 적은 한쪽으로 몰려 있었다. 이유를 알리없는 물새부부는 먹이를 물어올 때마다 새끼들을 안쪽으로 밀어 놓았다. 그리고 지하철이 지나가는 곳이라서 새끼들이 예민해졌다. 기적소리만 나도 놀라서 몸서리치기 일쑤였다.
이제 온몸에 털이 났고 부리를 건드리지 않아도 먹이를 보면 일제히 목을 빼물고 시위라도 하듯 자기에게 먹이를 달라고 야단들이다. 그러나 물새부부는 질서있게 차례대로 먹이를 먹였다. 열흘쯤 지나자 새끼들은 아빠와 엄마를 구분할 줄 알게 되었으며 울음소리를 알아 듣게 되었다. 또한 새끼들도 변을 볼 때 몸을 돌려 둥지 밖으로 똥을 쌌다. 물새부부는 새끼들의 똥을 둥지에서 물어내는 번거로움을 면했다. 
새끼들의 먹이를 얻기 위해 물새부부는 사냥을 나갔다. 암컷은 미사리로 갔고 수컷은 뚝섬으로 갔다. 그 사이, 하늘에 새매가 나타나서 둥지 위를 선회하고 있었다. 새매가 처음에는 지하철운행소리에 놀라 다가오지 못했으나 나중에는 그것이 자기를 공격하는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새매는 둥지 위를 빙빙 돌며 아래를 내려다 봤다. 새끼들이 둥지에서 노는 것을 발견했다. 새매는 날쌔게 내려와 새끼 한 마리를 발로 낚아서 날아 올랐다. 둥지에 남은 새끼들은 혼비백산했다. 서로의 날개에 부리를 묻고 숨을 죽이고 있었다. 새매는 발로 움켜쥔 새끼의 목을 부리로 물었다. 새매의 부리에서 새끼는 몇 번을 몸부림치다가 숨을 거뒀다. 먹이를 물어오던 수컷이, 새매가 새끼의 목을 물고 먹을 장소를 찾으려고 살곶이다리쪽에서 공중을 선회하는 것을 발견했다. 수컷은 직감적으로 그것이 자기의 새끼라는 것을 알았다. 수컷은 즉시 새매에게 달려들었다. 새매는 먹이를 놓치지 않으려고 계속 달아났다. 또한 먹이를 물고 있어서 싸울 수도 없었다. 돌아오던 암컷도 그 광경을 목격했다. 암컷도 즉시 가세했다. 물새부부의 협공을 받으면서도 새매는 새끼를 놓지 않았다. 수컷이 사력을 다해 새매의 눈을 부리로 찍었다. 몸이 성치 못한 수컷에서 초월적인 힘이 나왔다. 당황한 새매는 새끼를 땅에 떨어뜨리고 달아났다. 
암컷은 새매를 멀리 ?았다. 수컷은 내려앉아 새끼에게로 갔다. 새끼의 몸에는 날카로운 새매의 발에서 상처를 입었으며 부리로 물린 목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잠시 후에 암컷이 돌아왔다. 수컷은 새끼를 물고 둥지로 갔다. 그리고는 주위에 죽은 새끼를 내려 놨다. 
둥지에 새끼들은 놀라서 벌벌 떨고 있었다. 물새부부는 새끼들을 위로했다. 새끼들은 돌아온 부모들을 보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새끼들을 바라보는 물새부부는 눈물이 맺혔다. 기가 막혔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세 마리의 새끼들이 노란 주둥이를 벌리고 목을 빼올렸다. 물새부부는 바로 다시 사냥을 떠나야 했다. 한창 새끼들이 먹을 때라서 조금이라도 먹이를 늦게주면 성장에 지장이 있어서 죽거나 가을에 남쪽으로 떠날 때에 같이 가지 못할 수도 있었다. 물새부부는 새끼들에게 맹세했다. 다시는 너희들만 놓고 사냥을 가지는 않겠다고. 그뒤로는 암컷은 멀리 사냥을 떠나도 수컷은 주위에서 사냥을 했다. 
세 마리만 남은 새끼들을 바라보는 물새부부는 가슴이 찌져지듯이 아팠고 말문이 막혔다. 정말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었다. 그저 내 부모들이 나를 낳은 곳. 남쪽으로 떠났다가 다시 또 돌아와야 하는 이곳...... 세마리의 세끼들이 그래도 무럭무럭 자라줘서 고맙기만 했다.  
물새부부는 새끼들에게 틈틈히 교육을 시켰다. 수컷은 새끼들에게 부모에게 듣고 배운 것들을 전수시켰다. "이곳 한강은 너희의 조부모가 살았던 곳이고 아빠 엄마가 태어난 곳이란다. 이곳은 좋은 곳이란다." 눈이 초랑초랑한 새끼들은 아빠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하늘에 별을 바라보며 마냥 행복해 했다. 또한 수컷은 달과 별을 구분하는 법을, 가로등과 별이 다른 것을 가르쳤다. 
새끼들은 자라면서 먹이의 양이 많아졌다. 물새부부들은 자신은 굶어가면서 새끼들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었다. 힘들고 고통스러웠으나 그들은 대견스럽고 보람이 있으며 만족했다. 자라는 새끼들을 볼 때마다 즐거웠고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한강은 그런데로 먹이는 많은 편이지만 붕어나 잉어들이 많아 새끼들에게는 아직 먹일 수가 없었다. 예전에는 피라미도 많았으나 수심이 깊어진 뒤로는 전혀 구경할 수가 없었다. 어린 방아깨비나 거미, 나비, 잠자리 등을 먹여야 하나 구하기가 힘들었다. 어떤 날은 저 멀리 팔당까지 날아갔다가 와야만 했다. 먹이가 풍부한 그곳은 너무 거리가 멀어 암컷이 다녀왔다. 수컷은 가까운 주위에서 먹이를 구했고 둥지를 경계했다. 날개가 성치 못한 수컷은 그일도 너무 힘들었다. 수컷은 마장동에서 떠내려오는 돼지내장을 물어다가 암컷과 같이 먹었다. 
수컷은 둥지 주위의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가끔 소리개가 나타나 갈매기를 낚아채 갔다. 낌새를 눈치챈 다른 새들이 달아나면, 소리개는 지하철 담장에 앉아서 한 나절 정도는 먹이를 기다리며 쉬었다가 가곤했다. 그럴 때 소리개에게 걸리면 새끼들은 또 영락없이 먹이가 될 것이다. 소리개가 뜨는 날이면 수컷은 둥지에서 날개를 펴서 새끼들을 덮고 목에 깃털을 세우고 지켰다.  새끼들은 수컷의 날개 아래서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물새부부의 노력으로 새끼들은 무럭무럭 자랐다. 이제 새끼들은 둥지 위에 올라오기도 했다. 새끼들끼리 부리를 서로 쪼아주기도 하고 형제들의 깃털을 다듬어주기도 했다. 수컷은 새끼들을 바라볼 대마다 대견하다 못해 고맙기까지 했다. 다른 아빠들처럼 먹이를 많이 물어다 주지 못해 항상 미안하기만 했다. 
어느 날 한양대에서 꽹과리를 치고 북과 장고를 두드리는 소리와 구호와 함성소리가 둥지에 까지 울려퍼졌다. 그리고 학생들이 몰려다녔다. 그런 날은 어김없이 물새와 새끼들은 숨쉬기가 불편했다. 성동교쪽에서 폭음과 함께 하얀 연기 같은 가루들이 하늘로 솟으며 공중에서 흩어졌다. 그가루들은 지독하게도 매웠다. 눈이 따갑고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초여름이 완전히 안개속을 헤매는 것 같았다. 물새부부들은 생각했다. 이렇게 오래오래 숨이 막히면 모두 죽을 수도 있겠구나. 그러나 밤만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상쾌하고 시원했다. 비오는 날만 제외하고 일주일 간을 계속 반복해서 함성이 울려퍼졌고 눈이 따갑고 가슴이 답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요란한 앰블런스와 소방차의 싸이렌이 울리고 매우 격렬하게 코가 맵더니 조용해졌다. 
보름달이 둥실둥실 떠오른 초저녁, 물새부부는 새끼들을 하나씩 목과 날개를 쪼아주며 수컷이 말했다.
"너희들은 다음에 어른이 되어서 남쪽에 갔다가 다시 올 적에 이곳으로 와야 한다. 그래야 너희들이 한강에 보답하는 길이다. 그리고 새끼를 많이 길러야 너희 조상에게 효도하는 것이다. 돌아오는 도중에 좋은 곳이 있다며 물새들이 다른 강으로 가자고 유혹을 해도 현혹되지말고 꼭 이곳으로 와야 한다. 다른 낯선 곳은 나도 너희 조부모도 한 번 가지 못했단다. 그런 곳에 말만 듣고 따라 갔다가는 큰일난다. 나도 너희 할아버지 물새한테서 그렇게 배웠다." 
아빠물새의 이야기를 듣다가 새끼들은 조용히 잠이 들었다.
곱게 잠든 새끼들을 바라보던 암컷의 몸을 다정히 쪼아주며 수컷이 말했다.
"새끼들이 이만큼 자란 것은 당신 덕분이야." 
행복에 취한 암컷은 수컷?으로 바짝 다가와 머리를 내맡기며 지그시 눈을 감고 말했다. 
"당신이 불편한 몸으로 고생이 많았어요. 올가을에는 우리도 떳떳하게 세 마리를 거닐고 대열에 끼게 됐어요"
수컷이 말했다. 
"이제 새끼들이 둥지에서 나와 날아다니게 되면 사냥하는 법과 방향을 찾는 법 등을 알려줘야겠소. 그러나 내가 이렇게 날개가 불편하니 당신이 가르쳐야만 하겠소. 미안하오."
암컷은 염려말라고 대답하며 자는 새끼들을 날개를 펴서 덮어주었다.
새끼들은 무럭무럭 자라서 이제 며칠만 있으면 날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용답배수펌프장쪽에서 한 이십여 명의 사람들이 와서 짐을 풀더니 십여명은 군자교쪽으로 가고, 십여 명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모두들 누추한 얼굴에 꾀죄죄한 차림들이다. 그들은 낫을 들고 풀을 열심히 깎았다. 미관상 좋지않아 구청에서 무주택 영세민들을 취로사업의 일환으로 제초작업에 투입하고 있었다. 
물새부부는 지금 둥지로 다가오는 사람들을 보는 순간! 직감적으로 이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들임을 알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릴 것 없이 접근을 막아야 했다. 그들은 또 이상한 물체를 들고 있었다. 그들이 들고 있는 물체가 기역자로 꺾여 있지만, 그물체가 남쪽에서 본 것과는 다르지만 자신들을 해칠 수 있다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화약냄새는 풍기지 않고 개도 뒤따르지지 않았어도 무서운 존제임은 틀림없었다.
얼마 안오면 인부들이 물새의 둥지에 다다른다. 물새부부는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새끼들이 날 수만 있으면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있을텐데 아직은 어리다. 
물새부부는 우리 둥지가 있다고, 우리 새끼가 있다고, 접근하지말라고. 날아 올라서 "꺽 꺽 꺽꺽꺾 끽록 꺽......" 열심히 소리쳤다. 점점 접근해 오는 인부들의 머리 위를 날며 소리쳤다. 이곳은 우리의 새끼들이 있습니다. 우리의 둥지가 있어요. 다가오지 마세요.
인부들 중의 하나가 낫을 공중에 휘저으며 "새들이 왜 이렇게 설쳐? 재수없게!" 라고 지껄이며  머리 위의 물새부부를 ?았다. 놀란 인부들은 허리를 펴고 쉬며 감독관의 눈치를 흘금흘금 살폈다. 
물새부부는 죽을 힘을 다해 인부들이 둥지쪽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았다. 그러나 허사였다. 암컷은 목이 쉬어서 지쳐 있었다. 수컷은 인부들 머리 위에서 날다가 힘이 빠져서 내려왔다. 
인부들은 풀을 깎으며 지하철 다리를 지나 둥지쪽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인기척에 놀란 새끼들은 둥지에서 뛰쳐나왔다. 처음 나와보는 둥지밖이었다. 어디로 가야할지를 몰랐다. 우선 다리와 날개에 힘이 없었다. 방향을 잡지 못해 죽을 힘을 다해서 각자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풀을 깎다가 인부가 둥지를 발견했다. 그는 낫으로 둥지를 찍어 들어올리며 "야! 여기 새집 있네 그려, 그래서 새들이 지랄 발광했구나! 새새끼들좀 봐라." 라고 말했다. 옆에 다른 인부가 새끼들을 손으로 잡아서 "그것들 귀엽게 생겼네. 곧 날 수 있겠는데. 이것들을 가져다가 우리 아들놈 줘야겠다." 라고 말했다. 그는 상의 주머니 양쪽에 새끼를 나누어 넣었다. 그리고 인부는 처음에 짐을 풀었던 곳으로 걸어갔다. 새끼들은 처음들어가보는, 답답하고 밤처럼 어두운 주머니 속에서 꼼짝 못하고 떨었다. 
물새부부들은 새끼들을 구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인부들의 머리 위를 빙빙 돌며 새끼들을 내놓으라고 소리쳤다. 새끼들을 구하려고 걸어가는 인부의 주머니로 내려오면, 인부는 "거 쌍놈에 새들 드럽게 지랄하네, 씨팔." 하며 낫을 휘둘렀다. 
인부가 지하철 다리 밑으로 걸어간다. 암컷은 먼저 건너가서 가로막기 위해 재빨리 지하철 다리 위로 날았다. 
그 순간! 성수역에서 용답역으로 가는 전동차가 다리를 지나가고 있었다. 
암컷은 전동차의 앞유리에 부딪쳤다.
수컷은 멀리서 그 광경을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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