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두꺼비

윤여설 2006. 6. 19. 22:42

 

 

   지난 18일(일)  새벽 4시50분 남양주 수종사에서 일출을 맞으려고 오르다가 절입구 계단에서 두꺼비를 만났다. 가끔 혼자 새벽에 찾는 산사는 나 혼자만의 시간이요, 고즈넉한 즐거움이었다. 또한 아무도 보는 사람 없는 길이 나만의 세상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번에 다녀올 때는 이 부근에서 다람쥐가 나를 마중했고 오늘은 저 두께비가 나를 반겼다.

 

 

 

   두꺼비는 내 쪽으로 다가오다가 나를 보더니 잠시 멈췄다. 나는, 나 혼자의 즐거움을 들켜버린 것이다. 사실! 아무도 몰래?라는 생각이 잘못된 것이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생명이 있다. 그리고 눈(目)이 있다. 저 숲 속의 나무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동안 나는 하늘이 보고 땅이 본다는 말을 잠시 잊고 살은 것 같다. 길가에 버려진 돌이라도 닦으면 윤이 난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것을 안다는 증거이다. 나는 지난 번에 만났던 다람쥐를 생각했다.  이제 혼자의 호젓한 기쁨은, 혼자의 즐거움이 아니라 타자와 함께 있기에 얻을 수 있는 안식임을 알았다.

 

 

  디카로 사진을 찍자, 불빛에 놀란 두꺼비는 나를 반기려다가 이제 숲 속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모르는 척하며 지켜만 봤으면 그냥 지나갔을 것이다. 내가 가장 두려운 존재였는가 보다. 내가 맛보려 했던 호젓함이  저 두께비에겐 생존의 위협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그 엄청난 카메라 불빛이 광폭한 위협이었을 것이다.

 

 

 

 

  두꺼비는 숲 속 돌 사이에서 잠시 두려운 마음을 진정하고 있다. 계속 자신의 행동을 미행, 주시, 감시, 사찰하는 인간이 두려운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저 두꺼비를 바라보며 나의 생존이, 내가 느끼는 즐거움이, 또 다른 대상에겐 얼마나 폭력이 되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이제 평정을 찾은 두꺼비는 어디론가 안전한 곳을 찾아 움직이고 있다.

우주 안에서 저 두껍비도 나도 살아야 하는 이유는 같다. 나의 생명이 중요하고 큰 만큼, 저 두꺼비의 생명도 중요하다. 두껍아! 어디 편안한 곳에서 잘 살아라! 나를 반기는 너를 놀라게해서 미안하다.

  예전엔 민가근처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었으나 이제는 보호받는 양서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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