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원단(元旦)

윤여설 2006. 1. 28. 00:15

 

 

 

원단(元旦)

 

 

 

둘러보면 그분의 온화한 미소가 
주위에 가득 어린다
미끄러운 길을 매섭게 파고드는 바람 안고
아내와 옷깃 세우고 간다
대지는 눈에 덮여 잠자듯 고요하다
원로 목사님은 아직 정정하실까
마을 어귀 길 끝 예배당 사택에서 
아직도 허리를 꼿꼿이 세우시고 
고요히 성경책을 넘기시겠지
아니면 눈을 지그시 감고 앉으셔서 
기도를 올리고 계시겠지
대처럼 곧으시고 학 같이 맵시 있으신
그 기품에 어린 사랑
주례를 서 주신 목사님을
일년에 한 번 찾아뵙는 길이 
올해는 어쩐지 허전하다
마을을 지키는 까치울음에
밖을 내다보실까
예년같이 마당에 들어서는 기척에 
나오셔서 평화가 깃든 모습으로
환하게 반기실까
오랜만에 인사드리러 가는 면목없는 길
즐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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