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동화

별과 아이

윤여설 2005. 12. 27. 21:50

 

 

<단편동화>

 

 

 

                       별과 아이
 

 

 


  
   아빠는 별을 이야기했다.
   아이는 아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큰 눈을 깜박였다. 아이는 아빠에게 별을 따달라고 졸라댔다. 아빠는 에어컨을 조절하며 말했다.
  "그래 내일 새벽에는 별을 따러가자"
  별들이 아파트 유리창을 통해 아빠와 아이를 바라보고 미소지으며 속삭인다. 아이는 별을 바라보다가 아빠 품에서 잠이 들었다.
  새벽에 아빠는 아이를 데리고 별을 따러 갔다. 아빠는 낚싯대 한마디를 잘라 구멍을 낸 뒤에 어깨에 맸다. 아이는 아빠가 건네 준 보자기에 싼 작은 바구니를 들고, 아빠 손을 잡고 아파트 옥상에 올라갔다.
  이제 별들은 사라지기 직전!
아빠는 아이 손을 잡고 하늘을 가리켰다. 아이는 졸린 눈을 왼손으로 비비며 오른손은 아빠와 함께 낚싯대를 잡고 정확하게 별에 가져다 댔다. 순간, 별들은 사라졌다. 멀리 동이 트고 있다. 아이는 별이 어디 갔느냐고 물었다. 아빠가 말했다.
  "별이 낚싯대 속으로 들어간 거야"
  아빠는 바구니에 덮어놓은 보자기를 조금 열어 낚싯대 끝을 가져다 넣고 낚싯대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  이제 별들이 이 바구니 속에 들어갔다. 별이 달아나므로 바구니를 잘 덮어야 해"
   아이는 바구니 속의 별을 보고 싶어서 보자기를 열려고 했다. 아빠는 "별을 지금 보면 달아나므로 꼭 한밤 중에 보아야 한다." 라고 말하며 바구니를 열지 못하게 했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몇 개를 더 땄다. 아이는 별을 따서 담을 때마다 손이 떨렸고 낚싯대 속에 별이 발버둥이 치는 것 같았다. 벌써 날이 새고 있었다.
   아빠는 낚싯대를 매고, 아이는 아빠가 꼭꼭 싸 준 바구니를 들고 옥상에서 내려왔다. 아이가 초인종을 누르자, 엄마가 환하게 웃으시며 맞았다.
   아빠는 별을 담은 바구니를 장롱에 깊숙이 넣었다. 아빠, 엄마와 아이는 아침을 먹었다. 아이는 별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아빠, 별을 보여주세요."
   별은 낮에 보면 보이지 않고 하늘로 달아난단다. 이따가 밤에 보여주마. 그러면 별들도 즐거워 할 것이다."
   아빠는 출근을 했다.
   새벽잠을 설친 아이는 금세 잠이 들었다. 아이는 꿈속에서 별을 만났다. 바구니에서 별들이 나와 아이들과 놀아 줬다. 아이는 별을 주워 주머니에 넣었으나 별은 다시 나와서 벽에 붙었다. 아이는 별과 숨바꼭질을 하다가 잠이 깼다. 아이의 몸은 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아이는 장롱 속의 별들이 궁금해서 견딜 수 가 없었다. 아이는 장롱 문을 열었다. 바구니를 꺼내서 바닥에 놓고 조심조심 보자기를 풀었다.
   큰일났다. 아이는 소리쳤다.
   "엄마! 엄마! 별이 없어졌어요. 바구니에 별이, 별이 달아났어요."
   아이는 엉엉 울었다.
   엄마가 들어왔다.
   "거 봐라. 낮에 보자기를 풀면 별이 달아난다고 아빠가 말하셨잖니?"
   엄마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며 아이를 달랬다. 
   "아빠가 돌아오시면 다시 따 달라고 해라"
   아이는 서운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제 따오면 꼭 밤에만 봐야지'하고 마음먹었다.    저녁에 아빠가 돌아왔다.
  "아빠, 아빠? 별들이 모두 달아났어요."
   아빠는 빙긋이 웃었다.
   "그래 낮이라서 별들이 모두 하늘로 달아났단다."
   다시 밤이 됐다. 아빠는 하늘을 가리켰다.
   "자, 보아라! 네가 딴 별들이 다시 하늘로 올라가 있지?"
   아빠와 아이는 별을 보며 활짝 웃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