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군

공군 여군 이 중사의 명복을 빕니다.

윤여설 2021. 6. 19. 18:56

안타까운 일이 또 벌어졌다.

2014년엔 육군 사단장이 여군을 성추행하는 일이 벌어졌고 그 뒤로도 여러 번 여군을 상대로 한 성범죄가 일어났다. 몇 년 전에도 여군이 성범죄 사건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벌어졌는데, 이번엔 공군에서 여군 이 중사가 성추행으로 또다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중사는 절차에 따라서 신고했으나,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고 해결해 주지 않았다고 한다.

여성에게는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은 폭력 중에서도 가장 잔인한 폭력이다. 이 중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한다. 전에도 폭력을 당했고, 이번에도 성추행을 당했다. 이번엔 군이 그토록 생명으로 생각하는 보고 절차에 의해서 알렸으나 돌아온 것은 관심사병이라는 낙인이었다고 한다.

이 중사는 본인이 피해를 당했는데도 가해자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고 또한 그 추행이 자신의 잘못으로 돌아온 데에 엄청난 충격과 괴뢰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분했을 것이다. 자신의 존재감을 상실했을 것이며, 내가 왜 이 억울한 세상을 살아야 하나?라는 회의감에 휩싸였을 것이다. 이 중사는 본인의 극단적 선택 암시와 도움을 여러 곳에 요청한 것으로 안다. 그러나 폐쇄적인 군대 문화와 남성 위주의 조직에서 허공에 메아리로 그쳤다. 사람이 분하거나 당황하면 아무리 정신이 건강한 사람이라도 판단이 흐려진다.

얼마나 분하고! 얼마나 억울했으면, 혼인신고를 마치고 본인의 마지막 생을 마감하는 순간을 동영상으로 남겼을까?

이 중사가 겪었을 울분은 당사자가 아니면 이해할 수가 없다. 물론 억울함을 겪었다고 모두가 극단적 선택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다만 개인차만 있을 뿐이다. 이 중사는 성추행 피해자인데, 외려 죄인으로 몰린 것이다! 내가 잘 못한 일이 아니고 남이 나한테 잘못한 것을 "네 잘못이다. 너만 참아라! 그러면 된다? " 이 얼마나 모순되고 황당한 2차 가해이며 폭력인가? 이런 황당한 일이 공군에서 벌어진 것이다. 그 억울한 고통이 얼마나 큰가는 당해본 사람만 알 수가 있을 것이다.

이 중사와 동년배의 딸을 둔 사람으로서 안타까움을 더 한다.

생기발랄한 내 딸을 바라보며 이 중사가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앞으로는 동일한 범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군대도, 이 사회도 모두가 각성하고 재발방지의 시스템을 완전하게 구축해야 한다. 그동안도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라고 한다. 군은 몇 번의 성범죄가 있었고 이 전에도 여군의 극단적 선택 사건이 있자! 매뉴얼도 마련하고 시스템도 갖췄다고 한다. 그러나 그 체계가 작동하지 않은 문제점이 무엇인가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반성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 사법체계를 손봐야 한다. 군은, 검찰과 법원이 분리된 것이 아니다. 법무관실에서 검찰과 사법을 겸하고 있다. 즉, 법무관실의 법무관들은 검찰도 되고 판사도 되며 변호사도 된다. 사건이 나면 군법회의를 열어서 재판을 한다. 다만, 재판장만 법무관 소속이 아닌 다른 소속의 대대장이 맡는다. 군 특성상 어쩔 수가 없다고 해도, 단순 성범죄는 군사법에 맡길 것이 아니라 수사 때부터 외부의 일반 경찰이 맡고 기소도 민간 검찰이 맡아야 한다. 그러야만 공정성을 기대할 수가 있다. 검사, 변호사, 법무관이 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면서 공정 수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제 다시는 젊은 여군들이 성이 피해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삼가!

이 중사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