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낙엽을 문 장승

윤여설 2020. 11. 2. 19:46

 

어느 고개마루에서 방치돼 있는 장승을 발견했다.

도색은 흔적이 없고 몸체마져 갈라져서 이제 삭아내리기 직전다.

시골에 주민들이 많으면 틀림없이 잘 보존됐을 장승이다.

근처에 마을은 주민들이 모두 떠나고 몇 가구 남지 않았다.

아무도 이 장승에 대해서 기억하지 않는 것같다.

보통 장승은 한쌍이 서 있다.

그러나

다른 한개는 어디에 있는지 찾아봐도 없다.

분명 사라진 것이 틀림 없다.

나는

잠시 생각했다.

이 장승을 어떻하면 원혼을 조금이라도 달래줄 수가 있을까?

곰곰히 생각하다가 이 가을에 맞게 장식해 주고 싶었다.

주변의 갈색낙엽을 머리에 꽃아주고

입에 물려줬다.

밋밋하고 잘 눈에 띠지 않던 장승이 한결 생기가 돈다.

한 때는

이 마을을 지키고 이정표 역활을 했던

저 장승!

동구밖을 내다보며 오는 사람을 반기고

가는 사람을 배웅했던 고개마루에

이제 그 존재마저 희미하게 사라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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