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블 스테레오
- 윤여설 시인
봄날 새벽 산에 오르면
분위기 좋은 음악회에 초대된다
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무대
밤새워 축원하는 산사의
풍경소리에 먼동이 트고
진달래 불길 속 온 골을 메아리 놓는
장끼의 목청 가다듬는 소리
돌 틈을 헤쳐나오는 계곡물의
화음에 해가 솟는다
잔가지 하나를 물고 비상하며
짝을 맞는 까치음성이
오욕을 버리라고 채찍하고
참나무눈들도 조용히
입을 벌려 웅얼거린다
아침을 물고 날아가는 새떼를 보면
내 마음도 날개를 펴고
어느 거스릴 것 없는데
널려 있는, 죄 같은 비니루처럼
왜 이곳에 하나될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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