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들고양이의 아침 식사

윤여설 2014. 3. 25. 23:37

 

 

 

들고양이가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몸이 불룩한 것으로 봐서

임신한 암컷인 것같다.

배가 몹시 고팠는지 다가가도 아랑곳하지 않고

저리 열심히 먹고 있다.

 

누군가?

먹이를 준 것이 틀림없다.

요즘,

밤에 시끄럽게 운다고 수난을 당하는데......!

먹이를 준 사람이 누구일까?

생명을 사랑하는 그의 고운 마음씨에 감사한다.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황 인 숙  시인



이 다음에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윤기 잘잘 흐르는 까망 얼룩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사뿐사뿐 뛸 때면 커다란 까치 같고
공처럼 둥굴릴 줄도 아는
작은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나는 툇마루에서 졸지 않으리라.
사기그릇의 우유도 핥지 않으리라.
가시덤불 속을 누벼누벼
너른 벌판으로 나가리라.
거기서 들쥐와 뛰어놀리라.
배가 고프면 살금 살금
참새떼를 덮치리라.
그들은 놀라 후다닥 달아나겠지.
아하하하
폴짝폴짝 뒤따르리라.
꼬마 참새는 잡지 않으리라.
할딱거리는 고놈을 앞발로 톡 건드려
놀래주기만 하리라.
그리고 곧장 내달아
제일 큰 참새를 잡으리라.
이윽고 해는 기울어
바람은 스산해지겠지.
들쥐도 참새도 가버리고
어두운 벌판에 홀로 남겠지.
나는 돌아가지 않으리라.
어둠을 핥으며 낟가리를 찾으리라.
그 속은 아늑하고 짚단 냄새 훈훈하겠지.
훌쩍 뛰어올라 깊이 웅크리리라.
내 잠자리는 달빛을 받아
은은히 빛나겠지.
혹은 거센 바람과 함께 찬 비가
빈 벌판을 쏘다닐지도 모르지.
그래도 난 털끝 하나 적시지 않을걸.
나는 꿈을 꾸리라.
놓친 참새를 좇아
밝은 들판을 내닫는 꿈을.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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