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이 가을을 보내며......!

윤여설 2013. 11. 26. 17:16

 

 

이제 가을도 끝자락에 왔다.

먼 산에 단풍잎들도 모두 내려왔고

가로수는 노란 은행잎을 모두 떨구고 겨울을 날 채비를 하고 있다.

올 가을은 나를 회복하는 독특한 계절이었다.

 

아내가 앓기 시작하며 떠나 간

그간 5년은 계절이 변해도 무감각했다.

그저 봄이 오면 봄맞이로 생태탐사를 가서 개구리알을 살필 정도였으며

여름엔 가까운 계곡에 가서 잠시 발을 담글 여유조차 없었다.

심지어 가을에 붉게 물든 단풍을 보면서도 보이지 않는 계절적 감각을 잃곤 했었다.

그러나

올 가을은 단풍드는 것이 보였고 낙엽이 내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더욱이 아내를 먼저 보낸 재작년과 작년은

나의 반쪽을 잃는 상실감과

급격한 환경변화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인하여

마음마저 침체되었다.

 

내일(11월 27일)이 아내의 2주기가 되는 날이다.

아내를 떠나보낸 2년은

우선 내 마음의 안정을 위한 힐링이 필요했으며

다음엔 딸을 어떻게 양육할 것인가가 가장 큰 현실이었다.

많은 책을 읽고 사색을 하며 몸부림쳤고

딸아이의 교육환경을 위해서 이사를 했다.

이제 어느 정도 마음이 평정해졌고

딸아이도 잘 적응된 것같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는 좀 흔한 말로 '세월이 가장 좋은 보약'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첨엔 아내가 떠나간 것보다도 내 마음에서 잊혀질까봐 두려웠다.

1년정도 지나면서 아내가 떠난 현실을 인정하게 됐고

2년 가까이 되면서 아내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드렸다.

그간 아내와의 삶이 내 생에 행복했던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는 마음도 생겼다.

 

이제 홀로 사는 여유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새로운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잃어버린 진정한 나의 반쪽을 어디서 어느 분을 만날 것인가와

새 엄마와 딸아이가 어떤 모녀간을 이루느냐에 따라서

우리 가정의 행복과 미래가 달려 있을 것이다.

 

사별이 남자에게서 스트레스지수가 가장 높다고 한다.

물론

상처가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년에 세월을 보내고 났더니,

인간의 삶에 시공만 존재할 뿐, 불행도 행복도 없다는 말이 맞은 것같다.

이 모든 것들이 내가 살아 있기 때문에 겪는 일들이 아닌가?

 

가장

위대한 건 지금 내가 살아 있다는 것!

이 가을을 보내면서 저 낙엽이 진 자리의 새눈처럼

내 삶에 봄을 기다린다.

 

희망찬 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