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 회암사지)
취 지 문
현재 한국 고고학계는 위기와 시련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우리의 매장문화재를 보호하고 최소한의 기록이나마 남기고자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되었으나 급격하게 증가하는 개발사업으로 이를 합법적으로 대응할 시간과 인력의 한계를 노정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 학계 구성원의 일부는 그 법을 보호막이로 자신의 사욕을 채우거나, 사회의 법과 질서를 도외시함으로서 현재의 사태에 이르게 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단순히 제도의 불합리성을 호소하거나 학문의 연구자로서 사회질서에 어수룩한 점이 면죄부가 될 수 없음을 우리는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과거 순수학문의 연구자, 문화재 지킴이라는 자존심으로 무더위와 추위 속에서도 현장과 연구실을 지켰던 우리는 어느 순간 국민들로부터 안하무인, 사기꾼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되었을 뿐 아니라 일부 연구자들은 영어의 몸이 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뚜렷한 대책 없이 선처만을 기대하며 그 불똥이 자신에게는 오지 않으리라는 무사안일한 태도가 현재 우리의 모습이 되었다. 말로는 제도의 개선이나 행정기관의 무책임함을 성토하며 개혁의 필요성을 이야기 하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에는 주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향후 이러한 사태에 대해 책임지고 변화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없다면 현재와 같이 다시 한번 우리 전체가 사기꾼 집단으로 매도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따라서 현재의 사태에 이르도록 방관하거나, 이러한 사태를 야기시킨 관련자들과 행정관청으로서 제도 개선의 의무와 관리 책임은 뒷전인 문화재청은 경중의 상관없이 모두 비판받고 개혁되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한국고고학에 있어 학문에 대한 전념과 발전이라는 것이 사회의 질서를 벗어나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임을 학계의 구성원이라면 인정하고 있을 것이다. 이에 이 같은 위기상황을 좌시할 수 없어 이러한 사태를 타개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학계 연구원들의 중지를 모아 학계의 자성과 변화를 촉구하고, 동시에 합법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이 위기를 헤쳐 나가고자 (가칭)문화재조사연구협의회를 발족하고자 한다. 우리 조사연구원 일동은 이제 한 뜻으로 뭉쳐 우리나라 매장문화재의 보존과 보호를 위하여 법과 제도가 허용하는 최선의 방향을 모색하고, 매장문화재 관련 법규의 합리적 개선과 책임있는 조사에 매진하고자 하오니 뜻있는 선배, 동료, 후배의 따뜻한 지지와 격려로 우리의 순수한 의지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기대한다.
“스스로 개혁하지 않으면 타인에 의해 개혁 당한다는 평범한 역사적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08년 1월
(가칭) 문화재조사연구자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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