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암에 걸리면 쫓겨나야 하나요?

윤여설 2008. 5. 9. 22:14

서울지하철(서울메트로)에서 일하다 간암으로 휴직중인 H씨는 지난 5월 2일 ‘서비스 지원단’으로 발령받았다. 간경화를 앓다 후두암에 걸려 투병중인 J씨도 병가를 많이 썼다는 이유로 역시 ‘서비스 지원단’으로 발령받았다.

P씨(56년생)는 중증 신장 질환을 앓고 2~3차례 혈액투석을 받아야 한다. 역시 퇴출 대상으로 찍혀 ‘서비스 지원단’으로 출근해야 한다.

딱한 사정은 한둘이 아니다. 림프암으로 투병 중인 L씨(65년생)의 경우 오는 5월 14일 한가닥 희망을 붙잡고 대수술을 앞두고 있던 중이었다. 문병 온 동료들에게 "꼭 건강한 모습으로 일터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했던 노동자였다.

그러나 L씨에겐 이제 퇴출자 집합소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수술을 앞둔 L씨가 그 충격으로 실의에 빠져있다는 소식을 동료들이 알려온다.

K씨(59년생)의 경우 열악한 지하환경에서 일하다 폐암으로 산업재해 판정을 받아 지난 2월부터 항암치료를 시작한 노동자다. 석면,분진에 시달리며 열차를 운전하던 그는 청천벽력같은 암 선고를 받고, 또 회사에 의해 퇴출 선고까지 받은 셈이다.

‘서비스 지원단’은 서울메트로에서 최근에 만든 직제로 퇴출 대상 후보들을 모은 퇴출 집합소라는 것이 서울지하철노조의 얘기다.

서울지하철노조 이호영 선전홍보부장은 “첫날엔 책상,의자도 없이 텅빈 사무실로 수십명을 몰아 넣었다고 합니다. 탈의실조차 없이 앉아 있지도, 서있지도 못할 사무실이었습니다. 사람들에게 모멸감을 줘서 알아서 나가라는 거죠”라고 말했다.

서울메트로측은 ‘서비스지원단’으로 발령받은 사람들이 상습 병가사용자, 불성실, 업무 부적격자였다고 한다. 그런데 서울메트로는 ‘서비스지원단’을 통해 고객서비스 중심의 경영을 하겠다고 한다.

서울 메트로의 얘기대로라면 상습 병가사용자, 불성실, 업무 부적격자로 고객서비스를 한다는 말이다. 소가 웃을 일이다.

서울지하철노조는 뚜렷한 잣대도 객관적 기준도 없이 나이가 많다거나, 암 등으로 투병중인 사람들을 서비스지원단에 보냈다고 한다.

나이가 많아 서비스지원단에 발령받은 사람들은 경우 대부분 과거 일을 잘했다고 시장, 사장 표창도 받았다고 하는데 이들 조차도 강제 퇴출을 시키겠다고 한다.

어느 발령자의 아내는 노조 게시판에 이런 글을 남겼다. '남편이 암에 걸려 장기 휴가 중입니다. 사실 얼마나 더 생존할지 모르겠습니다....장기투병으로 피폐해져 가는 우리 가정을 위해 직원들이 자주 방문해 희망을 심어 주셨습니다. 그런데, 서비스지원단으로 발령이 났더군요. 발령나신 분들 가족분들이 모두 힘드시겠지만, 저희 가족에게는 정말 마지막 희망마저 놓게 만드는 회사의 차가운 조치네요'라고 말이다.

 

밑의 사례는 서울지하철노조에서 파악한 서비스지원단 퇴출자들이다.

° 대다수 고령 직원(50~51년생)의 경우, 소속 현업, 역에서 부여된 소임을 다하며 명예롭게 정년을 준비해야할 직원임에도(대다수가 과거 업무 공로로 시장, 사장 표창을 받음) 반 강제적 퇴출 유도를 목적으로 선정. 20~30년 책임을 맡아온 기존 업무와 전혀 무관한 조직으로 발령.

° P씨(56년생)의 경우, 중증 신장질환으로 일주일에 2-3차례 혈액투석을 받아야 하는 사정으로 어렵게 투병 중인 직원을 퇴출 후보로 분류

° K씨(85년생)의 경우, 2006년 신규입사자로 입대, 군 복무 중(휴직)임에도 발령을 낸 어이없는 사례.(실적 부풀리기, 수치 때우기에 급급한 발령임을 드러냄)

° L씨(74년생)의 경우, 육아휴직(현재 퇴사)중임에도 발령자에 포함.

° J씨의 경우 간경화로 투병 중 후두암으로, H씨의 경우 간암으로 휴직중인데도 발령자에 포함

° P씨의 경우, 뇌수술로 힘겨운 투병과 재활 끝에 명예로운 정년퇴직을 바라며 복직을 준비해왔으나 발령단에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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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공공운수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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