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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계에서 몇 번째로 큰 정부인가

윤여설 2008. 2. 1. 07:43
 

우리는 세계에서 몇 번째로 큰 정부인가

검증 안 된 논리 의존…국민부담·조직운영 부작용 우려

 

혁신관리수석실

 

 

차기 정부 인수위원회 정부조직개편안의 기본방향 첫 머리에는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고 되어 있다. 아울러 대부처주의 원칙에 따라 기획재정부(기획예산처+재정경제부) 외교통일부(외교통상부+통일부) 등 기구·기능을 통합했다. 세계적인 추세라는 설명이다.

 

우리 정부는 큰 정부인가?

 

그렇다면 현 정부는 큰 정부인가. 이미 수차례에 걸쳐 설명했듯이 한국은 어떤 기준으로 봐도 선진국의 1/2∼1/3 수준에 불과한 작은 정부이다.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 발표문 자료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전체 인구 대비 공무원 비율은 2.8%로 일본 3.5%, 독일 5.5%, 미국 7.0%, 프랑스 7.8%, 영국 7.9% 수준을 밑돈다. GDP 대비 재정지출이나 재정지출 대비 복지지출 규모로 따져도 크게는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군인 수 제외해도 인구 대비 공무원 비율 격차는 그대로

 

인수위 박재완 간사는 29일 병사 등을 포함하는 OECD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대비 공무원의 비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우리나라의 전체 인구 대비 공무원 비율이 2.8%라는 통계는 국가·지방공무원, 비영리기관, 사회보장기금, 직업군인·군무원, 비정규직 등 이미 OECD 기준에 따라 산출한 것이기 때문이다.

 

군인을 제외한 통계를 뽑아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군인을 제외한 인구 대비 공무원 비율의 경우 우리나라는 2.8%에서 2.4%로 떨어지며, 같은 기준에서 일본 3.3%, 독일 5.3%, 미국 6.5%, 프랑스 7.3%, 영국 7.5% 등으로 차이는 여전하다.

 

이 같은 ‘저체중 정부’, 복지는 이제 초입단계에 들어선 정부에 다이어트를 강요한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겠는가. 공무원 수나 재정지출이 줄면 정부의 대국민 복지 서비스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다수 서민과 중산층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지금도 작은 정부…실정 안 맞는 논리로 서민·중산층만 피해

 

작은정부론은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논리다. 이미 오래전 서구 선진국이 복지분야의 과잉지출로 인해 비대해진 재정적자 해결을 위해 추진한 흐름일 뿐이다. 21세기 초부터는 이들 국가도 국민에게 제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능력 있는 성과지향의 정부를 추구하고 있다.

 

반면, 표에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의 복지재정은 아직도 선진국의 절반을 밑돌고 있다. ‘과잉’을 우려하기엔 부끄러운 수준이다. 더욱이 교육, 치안, 고용지원 등 기존 행정수요가 증가하는 동시에 양극화, 저출산·고령화, FTA 등에 따른 신규수요도 늘고 있다. 참여정부에서 늘어난 국가공무원의 84%가 교사, 경찰, 소방관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대국민서비스 분야인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공무원 수를 줄이고 오히려 국민부담이 늘어난 사례도 있다. 미국의 경우 1990년∼2005년 연방공무원 37만명을 줄였으나 이로 인해 늘어난 재정지출을 인력으로 환산한 결과 오히려 57만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규모 조정에 면밀한 분석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경우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우리는 이미 작은 정부다. 더 줄이면 그 피해는 대다수 서민과 중산층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금 시급한 것은 작은 정부가 아니라 이들을 위한 복지 서비스를 확대하는 일이다.

 

대부처주의 채택한 나라가 선진국인가?

 

그렇다면 대부처주의는 검증된 논리이자 추세인가. 대부처주의를 채택한 나라는 선진국이고 소부처주의를 채택한 나라는 후진국인가. 대부처주의가 선진시스템이라는 등식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대부처주의와 국가경쟁력과는 이론적으로 검증된 어떠한 상관관계도 없다.

 

대부처주의와 국가경쟁력 아무런 상관관계 없어

 

대부처주의는 주로 지방분권이 발달한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으나 국가경쟁력이나 정부 운영에 효율적이라는 점은 입증된 바 없다. 독일(14부) 미국(15부) 프랑스(15부)나 영국(18부) 네덜란드(18부) 캐나다(24부) 등에서 보듯 선진국도 대부처주의와 소부처주의가 혼재되어 있다.

 

대부처주의 채택한 정부는 작은 정부인가?

 

대부처주의가 작은 정부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대부처제도를 채택한 나라에서는 대부분 장관 밑에 다수의 담당장관·차관직을 설치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의 예산관리처(OMB)는 5명, 국방부는 11명, 영국의 환경식품농촌부는 5명의 정무직 장·차관을 두고 있다. 거대부처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다.

 

‘넓어진 업무범위’ 강조, 정무직 장·차관 등 보완책은 미비

 

인수위측은 “넓어진 업무범위 내에서 장관은 변화된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소신껏 일을 추진하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정작 대부처제도를 채택한 나라의 이 같은 보완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검증 없이 겉모양만 따온 인수위 대부처주의의 부작용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청와대 블로그에서 가져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