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遺産
모친이 쓰던 권형權衡을 가져 왔다
세월만큼 푸르스름한 녹슬어
사포와 연마제로 잘 손질해 안방에 걸었더니
옛 권위를 회복한 듯
가끔 왁자지껄 고향의 정감 있는
오일장이 서고 놋쇠 특유의 빛으로
환하게 고풍스런 장식한다
가파른 벽에서 천진한 평형을 이뤄
잠자는 아이표정같다
바라볼 때마다
저울판 위에 양심을 올려놓았다
동전 한 닢만 올려도 하늘을 무시하며
급히 물구나무서는 정직한 계량기는
끝내 침묵한다
한날 퇴근했더니
작고한 모친이 학자금을
마련하려고 동생처럼 키운
고추를 달고 있다
저울판 위 내 양심을 달아보며
아! 십일 년만에 뵌 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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