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문자메시지 (전편 수록)

유산遺産

윤여설 2006. 2. 9. 08:07
 

 

유산遺産

     

모친이 쓰던 권형權衡을 가져 왔다

세월만큼 푸르스름한 녹슬어

사포와 연마제로 잘 손질해 안방에 걸었더니


옛 권위를 회복한 듯

가끔 왁자지껄 고향의 정감 있는

오일장이 서고 놋쇠 특유의 빛으로

환하게 고풍스런 장식한다

가파른 벽에서 천진한 평형을 이뤄

잠자는 아이표정같다


바라볼 때마다

저울판 위에 양심을 올려놓았다

동전 한 닢만 올려도 하늘을 무시하며

급히 물구나무서는 정직한 계량기는

끝내 침묵한다


한날 퇴근했더니

작고한 모친이 학자금을

마련하려고 동생처럼 키운

고추를 달고 있다

저울판 위 내 양심을 달아보며


아! 십일 년만에 뵌  어머님......

 

 

 

 

 

www.poet.co.kr/youn

 


                                               

'시집:문자메시지 (전편 수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해를 묶으며  (0) 2006.02.11
불혹의 후반  (0) 2006.02.10
여름밤 비가 내린다  (0) 2006.02.05
재건축 바벨탑  (0) 2006.02.02
맹목의 파도  (0) 2006.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