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문자메시지 (전편 수록)

분가

윤여설 2006. 1. 22. 08:25

 

 

   분가分家

 

   야적장에 재잘대며 안식하던 대형 철골들이 추레라에 적재된다. 인부들이 신검하듯 길이를 재며 골라 기중기로 정확하게 옮긴다. 형제들이 떠나면 결별이 서러워 붙들려다가 와르르 무너져 빈자리를 메우는 충격.

한켠에 거푸집들이 소형 트럭에 실려간다. 키들키들 웃던 밤도 어제가 마지막이다. 한팀을 이룰지 이곳에 다시 올지 모르며 누이 시집 가듯 떠난다.

찰랑대던 침묵도 잠시......

모처럼 편안한 비계도 여유하던 펜스들도 각각 떠난다. 취직하는 막내 동생같이 실려가며 눈인사를 나눈다.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틀림없이(?)

텅빈 공터에 노인처럼 허리가 휘어진 가설물들만 을씨년스럽게 몇 개 남아 향방을 가름하며 한숨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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