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겨울의 초입에서

윤여설 2020. 11. 16. 00:13

 

 

 

 

 

 

겨울의 초입에서

 

 

- 윤여설 시인

 

 

 

 

들판은 겨울을 견디기 위해 비워두고

 

나무들은 추위를 이기기 위해 스스로

 

옷을 벗는다

 

마약에서 깨어난 것처럼

 

혼미한 머리

 

다시 환절기 증후군을 앓는다

 

오늘 방한복을 한 벌 샀다

 

임산부처럼 불룩한 아랫배에 숙변과

 

폭풍전야같이 고요한 가슴에

 

벌떡이는 욕망을 잘 보온해야 한다

 

신분증과 금융카드도 금고에 넣듯

 

방한복주머니 깊숙히 보관하고

 

설한(雪寒)의 에는 바람에 견뎌야 한다

 

결국 내 것이 아닌 것을

 

지키기 위해.......

 

 

 

 

 

시집: 아름다운 어둠<2002년, 시문학사>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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