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고개마루에서 방치돼 있는 장승을 발견했다.
도색은 흔적이 없고 몸체마져 갈라져서 이제 삭아내리기 직전다.
시골에 주민들이 많으면 틀림없이 잘 보존됐을 장승이다.
근처에 마을은 주민들이 모두 떠나고 몇 가구 남지 않았다.
아무도 이 장승에 대해서 기억하지 않는 것같다.
보통 장승은 한쌍이 서 있다.
그러나
다른 한개는 어디에 있는지 찾아봐도 없다.
분명 사라진 것이 틀림 없다.
나는
잠시 생각했다.
이 장승을 어떻하면 원혼을 조금이라도 달래줄 수가 있을까?
곰곰히 생각하다가 이 가을에 맞게 장식해 주고 싶었다.
주변의 갈색낙엽을 머리에 꽃아주고
입에 물려줬다.
밋밋하고 잘 눈에 띠지 않던 장승이 한결 생기가 돈다.
한 때는
이 마을을 지키고 이정표 역활을 했던
저 장승!
동구밖을 내다보며 오는 사람을 반기고
가는 사람을 배웅했던 고개마루에
이제 그 존재마저 희미하게 사라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