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공동성명서>
세월호 사고로 스러져간 영혼들을 애도하며
-우리는 살아 낼 통로마저 없는 사회를 원하지 않는다
부울경(부산작가회의, 울산작가회의, 경남작가회의)은 그동안 소시민들의 삶의 형편을 고려하지 않는 잘못된 사회문제들과 관련해 말(글)과 행동으로 투쟁해왔습니다. 안보와 경제국가를 강조하는 정부가 검열과 통제를 통해 그들이 바라는 방식으로 국민들을 통제해왔습니다. 그러나 안전 국가를 만들기 위해 ‘모든 국민이 국가를 따라야 한다’는 파시즘적 국가권력이 우리에게 준 것은 부패한 국가시스템과 참담한 재난 앞에서의 무력감뿐입니다. 독과점과 자본의 논리로만 그동안 관리해 온 청해진해운 기업의 비도덕적 관리행태도, 정부의 대응 능력도 이해할 수 없으며 이 부도덕한 사태를 또다시 반복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시민들은 삶의 파국 앞에서 거리로 나와 촛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은 희망이라기보다는, 멀지 않은 미래까지도 절망적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극단적 회의주의와 마주하게 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며 무고한 죽음들 앞에서 정부는 죽음마저 ‘개인’의 고통으로 치부합니다. 이번 세월호 사고를 관리자 처벌로 마무리 지으려는 언론의 암막 속에서, 온 국민이 겪고 있는 정신적 외상을 무시한 채, 분노와 슬픔의 감정을 폭발하는 이들에게 비이성적 인간으로 치부합니다.
기억해보면 눈부신 경제성장 속에서도 우리가 해결할 수 없었던 수많은 국가재난들은 반복적으로 발생해 왔습니다. 특히 이번 세월호 사고는 이 나라의 통로 없는 삶을 보여주는 가장 충격적이고 고통스러운 재난입니다. 우리는 지금, 삶의 통로가 없는 혹은 통로를 특정한 사람들만 점유하고 있는 괴이한 국가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제 비로소 우리는 재난을 만든 잘못된 효율성과 경제성에 입각한 비인간적 자본주의에 동의해왔던 생각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때입니다. 통제와 규율만을 강조하는 국가의 외부가 아닌, 그 내부에서 국가 현실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목소리를 내고, 그것을 모두와 ‘공유’하는 힘으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매체 속 정부 관리자들은 이 참혹한 세월호 사고와 희생자들의 문제가 국가를 도발하는 시발점으로 보고 집회의 선동자들을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정부는 국가재난을 관리하는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는 말만을 되풀이함으로써 무책임에 대해 반성하거나 용서(사과)를 빌 필요가 없음을 누차 강조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모든 믿음과 신뢰가 무너진 ‘파국’적 상황 앞에서 어떠한 마음을 가져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2014년, 따뜻한 4월에 일어난 이 끔찍한 재난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끝까지 놓지 않았던 희망이 절규가 되던 오늘의 슬픔을 평생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희생자, 생존자, 유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안고 살아가겠습니다. 미안함을 가지지 않는다면 새로운 공동체도 미래의 희망도 꿈꿀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학생들과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2014년 4월 26일
부산작가회의, 울산작가회의, 경남작가회의
마지막 문자를 보낸다
마지막 문자를 보낸다.
말 못할까봐, 다시는 말 못할까봐 문자 보낸다.
칠흑의 바다 속으로 마지막 문자를 보낸다.
미안하다, 부디 용서하지마라.
얼마나 다급했으랴. 네가 마지막 보낸 문자 ‘ㄹ’
기어코 말이 되지 못한 작은 가슴의 자음 하나
부러진 손가락 관절의 숨 가쁜 비명 같은 자음 하나를
꺾여 꿈틀대는 어린 너의 울음을
끝내 지켜주지 못했구나.
미안하다. 아이들아, 부디 용서하지 말아라.
죽음의 시커먼 공포 속에서도
구명조끼를 벗어 친구에게 입히는 꽃들아
떨리는 손으로 구명조끼를 서로 묶는 피지 못한 꽃들아
‘가만히 있어’라는 말만 믿고 아직도 바다 속 어딘가
쭈그리고 앉아 떨며 기다리고 있을 꽃봉오리들아
용서해다오. 미친 어른들의 세상을 용서해다오.
그러나 우리는 우리를 용서하지 않으련다.
이 지옥 같은 탐욕의 진창을
이 잔혹한 무책임과 무능을
너희들 이제 울지 말아라.
하늘 가득 노란 분 날리는 나비 떼로 날아올라
훠어이 훠어이
동백꽃 지천으로 피는
서해 바다 고운 노을 속에 쉬어라.
아니, 아니다, 아무래도 아니다.
지금 돌아오너라, 당장.
내 학생, 내 아이들, 우주의 연꽃들아
진창의 세상일지라도
다시 피어올라라, 제발.
이성희(시인, 부산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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