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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사과

윤여설 2010. 6. 10. 14:00

사과

 

 

사과밭을 지날 때면

국어선생님 생각이 나네

나를 만나면 가만히

사과 볼의 소녀야, 하고 불러주던

열다섯 살 생각이 나네

몰랐었네 그 때는

8월의 과수원에는 하얀 봉지를 쓴

프란체스코 묵언의 수사들이 산다는 것

견디며, 죽은 듯이 견디며 건너야 하는

폭약의 여름이 있다는 것

사과 볼의 소녀야, 불러주던

국어선생님의 기억이 슬픔일 줄은

한 알 사과가 탐스레 익기까지

발치아래 수많은 낙과와 몰린 짐승처럼 깜깜하게 우는

태풍의 밤이 있을 줄은

이 오랜 행려의 뒤

행여 그 국어선생님

사과 볼의 소녀야, 나직하게 나를 불러준다면

내 마음 크렁크렁 사과빛 붉은

눈물이 고일까

출처 : 안영희 시인 카페, 영혼의 풀밭
글쓴이 : 흙과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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