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및 문학행사

표절자를 용서하며

윤여설 2009. 4. 19. 20:17

 

 

표절자를 용서하며

 

 

  나의 작품이 표절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3년도에도 시“핸드폰”이 표절당하는 수난을 겪었다. 고등학생에 의해서 자신의 블로그에 작가를 밝히지 않고 올리는 정도에 그쳤으며 작품을 삭제하는 것으로 쉽게 해결했다.

 

  그러나 이번의 표절당한 시 “봄날”은 매우 계획적이며 지능적이었다. 표절자는 먼저 자신의 블로그에, 원작을 훼손치 않고 저자만 자신의 이름으로 올려서 반응을 보고 호흥이 커지자, 1행만 조금 수정해서 자신이 활동하는 카페 등 무려 6군데에 퍼 날랐다.

 

  잘 아는 시인으로부터 내 작품과 비슷한 시가 “인터넷 좋은시”에 수록되었으니 확인해보라는 연락을 받고 첨엔 그저 나와 영감이 유사한 시가 있겠지 정도로 생각했었다. 다시 연락을 받고 검색해 보고 깜짝 놀랐다. 그저 저자만 바꾼 것 외에 약간의 수정을 가한 작품들이 이곳저곳에서 발견되었다.

 

  표절자의 블로그를 통하여 삭제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처음엔 완강히 거부했다. 나는, 나의 홈페이지와 블로그 그리고 내가 유일하게 활동하는 카페“고치령에 달 뜨거든”에 작품이 표절된 사실을 알렸다. 내 작품이 표절된 것을 안 문우들이 그의 블로그에 삭제를 요청하자 그는 블로그를 비공개로 했고 퍼나른 작품들을 삭제하기 시작했다. 나는 표절자에게 메일을 보내 지워지지 않은 작품들의 삭제를 요청했고, 표절자로부터 용서해달라는 사과의 메일을 받았다.

 

  여러 경로를 통해서 확인한 결과로 표절자는 전직 공안기관에 근무했던 자로 최고학위과정을 이수 중이었다. 또한 종교에 귀의한 독실한 신자이기도 했다.

  지금은 표절사건이 마무리되고 마음이 진정되었지만, 처음 표절 사실을 확인한 순간! 황당하기 그지 없었으며 강간당한 여인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았다. 양심을 생명으로 하는 글쓰기 작업에서 표절은 절대로 없어져야 할 범죄행위이다. 남의 작품을 도둑질한다는 것은 자신의 영혼을 난도질하고 남의 정신을 훔치는 비열한 파렴치범이다.

 

  이제 표절된 작품이 검색되지 않는 한은, 나는 표절자를 용서하기로 했다. 원수를 사랑하고, 70번씩 70번이라도 용서하라는 말이 있다. 이 세상에 죄인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가 나의 작품이 얼마나 맘에 들었으면 가져다가 자신의 이름으로도 올리고, 살짤 수정해서도 올리고 했겠는가? 다시 생각하면 그도 나의 독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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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설

시문학사 200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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