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설 시인님 답변좀꼭해주세요~
반갑습니다..저는 영산대3학년 재학중인 이상락이라고합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제가 요번 강의과목중에 현대시의감상과 이해라는
과목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시에 대해 무지한 저로써는 많이 힘든과목이죠 ㅠㅠ
교수님이 레포트로 시인을 직접만나거나 간접대면하여설문조사를 하
는 주제를 주셨습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찾아뵙고 애기를 했으면하지만...유명하신 분이
절 만나서 시간을 주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부탁하고 싶은 내용이 간접적으로나마 제설문에 대해서 답변
좀 해주셨으면합니다
실례를 무릅쓰고 설문내용을 올려놓겠습니다
1.가장 큰 영향을 받은 시인과 본받고 싶은 시인은 누구입니까?
자주 받는 질문이지요. 한국의 생존 시인들 중에서 서정주 시인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학생들은 서정주 시인을 친일파라고 싫어하지요. 물론 서정주가 친일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의 시적인 문학성까지 매도해서는 안 됩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서정주를 능가하는 시인은 없습니다. 시의 국부라는 호칭이 붙을 정도였지요. 그의 시 "동천" "국화 옆에서""동천""귀촉도"등은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 다음의 영향을 받은 시인이라면 오세영 시인입니다. 올 가을에 서울대를 정년하셨고, 현재 한국시인협회장님이시지요. 그분은 저의 스승이시기도 합니다. 그 분의 시는 깊이가 있고 사물을 존재론적 의미를 맛볼 수가 있습니다. 또한 오세영 시인님은 시학과 시론에 정통하신 분입니다. 서울대를 정년퇴임하면서 "오세영 시전집"을 출간하셨습니다. 대학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을 겁니다. 꼭 구해서 그분의 대표작인 연작시 "그릇"을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2.생활하시면서 언제 어느 � 시를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기십니까?
시인에게서 특별히 시를 읽고 싶을 때란 없습니다. 시는 일상이며 늘 접하고 있지요. 시를 쓸 때도 남의 시를 참고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꼭 언제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냐고 묻는다면 아무래도 좀 한가할 때입니다. 요즘처럼 겨울이라면, 일요일에 눈이 오는 날 창밖을 보면 시를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요? 제가 눈 오는 날 시를 읽는다면 김광균 시인의 설야를 읽겠습니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에 메어/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내홀로 밤깊어 뜰에 내리면/머언 곳에 여인의 옷벗는 소리 - 김광균 시인의 「설야」중에서.
3.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시란 무엇입니까?
비평가들에 생각에 따르면 시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그 하나는 사물들을 그 차원에서 노래하는 시입니다. 여기에는 사물을 내면화하는 정신적 변용이 시도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와 다른 유형의 시가 사상이나 관념을 내용으로 삼은 시입니다. 두 유형의 시는 모두 한계가 있습니다. 사물을 그와 대응되는 상태에서 노래하면 그것은 현상계(現象界)를 현상계의 차원에서 다룬 것이 됩니다. 큰 의미에서 그것은 반영의 세계, 혹은 사물 모사의 차원이 됩니다. 그것은 시를 읽는 독자를 따분하게 만듭니다. 말하자면 정신의 큰 실험, 깊이나 넓이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지양(止揚), 극복책으로 사상 관념을 직접 다루는 경우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아무리 훌륭한 사상이나 감정이라도 그것이 제재로 그친다면 그 자체는 시나 예술 이전의 것일 겁니다. 그것으로는 우리가 좋은 시에서만 빚어지는 기쁨이나 즐거움에 젖어들 수가 없습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마지막 생각할 수 있는 시가 곧 그 지양, 극복이 이루어지는 차원의 작품입니다. 그와 동시에 사상과 관념이 「꽃의 향기」처럼 느껴지는 차원에 이르러야 합니다. 그러한 시가 좋은 시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문학사에 남는 시들이 그러한 시들입니다. 또한 그런 시들은 비유와 서정성이 뛰어납니다. 시에서는 비유와 서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4.요즘 젊은 시인들의 시 경향이 어떻다고 생각하며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입니까?
저도 젊은 시인인데요. 하하하...... 요즘 젊은 시인들의 작품은 대체적으로 너무 깁니다. 알랜 포우는 "시는 짧아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시가 너무 길면 산문과 구별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시에서 가장 중요한 함축미가 느껴지지 않아요. 너무 긴 시는 잘된 한편의 짧은 수필에 불과 하지요. 하고 싶은 말을 숨기고 암시만 해야 합니다. 속을 내 보이면 안 됩니다. 개그맨이 무대에서 어떤 경우라도 웃으면 안 됩니다. 그렇게 능청스러워야 합니다. 웃는 것은 독자가 읽고 웃어야 합니다. 개그맨이 먼저 웃으면 관객이 웃을 것이 줄어듭니다. 시도 같습니다. 시인은 언어의 예술적 기능인 상징, 비유로만 말하고 설명을 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시가 길어져서 설명을 하는 것은 개그맨이 먼저 웃는 것과 같습니다.
5.요즘 시가 디지털 문화의 확산 속에 본래 가졌던 언어 예술의 기능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이 현상에 대해서 의견을 말씀해 주세요.
디지털 문화에서 시의 언어 예술의 기능이 없어지고 있다는 말보다는 언어의 기능이 변화해간다고 봐야지요. 그 대표적인 것이 이모티콘이 아닐까요? 자신의 감정을 언어가 아닌 다른 기호로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언어와 기호의 조합쯤으로 변화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는 시대에 따라 변모합니다. 언어 또한 같습니다. 그리고 변화를 싫어하면 시대에 뒤떨어집니다. 대표적인 예가 북한일 것입니다. 이른바 선군청치를 앞세운 "우리 식으로 살자"가 오늘의 북한을 만들었습니다. "우리식"이라는 그 사상이 우리는 국제무대에선 패배했습니다,를 시인한 것입니다. 무자비하고 저속적인 신조어의 생산은 문제가 있으나, 적당한 조어의 생산 및 유통은 바람직한 현상으로 봅니다.
또한 문학(시)가 지금처럼 초고속 IT사회에서 전통성만을 고집할 수만은 없습니다. 우리가 한복이 우리의 고유옷이지만 지금은 한복을 생활복으로 입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다고해서 한복이 우리 옷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또한 한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다소 언어의 용법이 변한다고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6.흔히 시인은 꿈을꾸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당신은 시를 쓰면서 어떤 꿈을 꿉니까?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러나 시인들이 보통 사람들보다 몽상을 많이 하지요. 시를 쓰면서 꾸는 꿈이라면, 좀 더 좋은 시가 써지길 바라는 꿈을 꿉니다. 그리고 이 사회가 밝고 아름다운 사회가 되게하고 싶은 욕망이 크지요.
7.당신이 평소 생각하는 시론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해주세요.
3번의 답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유입니다. 그리고 감정과 율격입니다. 비유가 없는 시는 실패한 시입니다. 저는 한 편의 시란? 비유로 완성된 문장들입니다. 예를 들어 해바라꽃을 보고 어떤 시인이 시를 쓴다고 할 때, "여기 해바라기꽃이 피어 있다"라고 썼을 때는 시가 될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사실인 보고문일 뿐이지요. 그러나 "저기 한 처녀가 서 있다"라고 썼다면 그 자체로 시가 완결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비유는 완성된 것이지요. 책상 위에 물컵을 보고 시를 쓴다면 적어도 "책상 위에 작은 호수가 있습니다" 정도의 비유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또한 시인의 능력입니다. 비유는 확대해서 상징(象徵)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이것은 저만의 시론이 아니라 모든 시인들의 보편적인 시론이기도 합니다.
8.현재 시를 평론하는 사람들 가운데 어떤분이 인상 깊으며 그이유는 무엇입니까?
시를 평론하는 사람들도, 시인들만큼이나 많습니다. 현대시 전공 교수들은 모두가 평론가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또한 그들은 시의 고급 독자이기도 하지요. 그 중에서 "어떤 분이 인상 깊으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경희대 국문과 김재홍 교수입니다. 많은 후학들을 길러낸 분이지요. 시론에 매우 정통한 분입니다. 그 분의 공동 저서 "한국현대시 은유형태 분석론" -『시론』 오세영 외<1989년 현대문학사> 을 보면 은유를 학술적으로 분석하는 데에 있어서 이 분을 능가하는 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 분이 지은, 일반 독자가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평론집 『누가 눈물 없이 울고 있는가』 -시와 시학사<1991>년이 있습니다. 꼭 한번 구해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9.당신이 시를 써서 이사회에 보탬이 될수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시를 쓰는 이유는 시인에 따라서 모두가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시인은 자신의 한을 풀기 위해서 쓴다고 하는 분도 있어요. 그러나 그 시인도 마음속엔 내심 내 시가 많이 읽혀지기를 바랄 것입니다. 또한 내 시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기를, 사랑하기를 바랄 것입니다.
꽃은 왜 기르나요? 보고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서지요? 시 또한 같습니다. 문학에서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기능인 교시적 기능과 쾌락적 기능은 시대가 변해도 영원할 겁니다. 내가 시를 써서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다면, 사람들에게 즐거움(쾌락적 기능)을 주고 무엇인가 보람(교훈)을 주기 위해서지요. 모든 시인도 똑 같은 생각으로 시를 쓸 겁니다.
10.지금 문학단체(소규모 동인활동 포함)에 속해서 활동을 하고 계시다면,단체의 이름과 주로활동 하는일이 무엇인지 말해주세요,만약 가입하신 단체나 소규모 동인활동이 없다면 예전에 활동했거나 앞으로 가입해서 활동하고 싶은 단체나 동인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한국 현대시인협회 회원』으로 있으며 『한국 시문학회 이사』와 『석전시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부탁을 드리는지 모르겠습니다 ㅠㅠ
저도 별관심 없었던 문학부분에 올해 수업을 들으면서 많은 깨달음
이 있고 시에대한 관심도 많이 생겼습니다..
더많은 활동 부탁드리고 저도 많은 관심가지겠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어느 학생으로부터 과제물 인터뷰 메일이 와서 답해주지 않았더니,
또 다른 위의 학생이 동일한 내용으로
나의 홈페이지 (클릭☞http://http://poet.or.kr/youn/menu11.html) 게시판에
위와 같이 올려놓았다.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 응해줬다.
*e - 메일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대학교 작가를 찾아서 인터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충남대학교 국문과4년 과제물 작가를 찾아서 (인터뷰 전문) (0) | 2007.06.2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