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및 문학행사

미당. 황순원 문학상 시상식

윤여설 2007. 10. 27. 14:32
미당·황순원 문학상, 중앙 신인문학상 시상식 [중앙일보]
2년 전엔 김연수씨가 김훈·문태준씨 축사
이번엔 김훈·문태준씨가 김연수씨 축사
소설가 김훈씨(右)와 시인인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左)이 제7회 미당문학상 수상자인 문인수 시인(왼쪽에서 셋째)과 황순원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 김연수씨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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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미당·황순원문학상 시상식. 소설가 김연수가 단상에 올랐다. 그는 그해 미당문학상을 수상한 문태준 시인을 위해 축사를 읽었다. 경북 김천 출신인 그는 문 시인과 중·고교 동기동창이다.

 “대학생이 되고서 어느날 문군이 내 자취방에 종이뭉치를 들고 들어왔다. 그리고 자신이 쓴 시라며 보여줬다(그때 김연수는 이미 등단한 시인이었다). 기성 시인의 입장에서 문청(문학청년)의 습작시를 검토하고 한 마디했다. ‘자네, 이대로만 쓰면 곧 등단할 것이네’. 그랬더니 다음달 문군은 등단(1994년 ‘문예중앙’)했고, 그때부터 난 시에 흥미를 잃고 소설을 써야만 했다.”

 이어 그해 황순원문학상 수상자 김훈을 향해서도 한마디 던졌다. 김연수는 김훈하곤 경기도 일산 한 동네에 사는 ‘술친구’다. 무엇보다 그의 소설 ‘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은 2005년 황순원문학상 최종심사에서 김훈의 ‘언니의 폐경’과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다.

 “그 소설(수상작 ‘언니의 폐경’), 좋습니다. 다 좋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왜 그 소설을 하필이면 올해 발표하셨습니까, 선생님?”

 2년이 흘러 다시 미당·황순원문학상 시상식. 그때의 김연수가 2007년 황순원문학상을 차지했다. 그러자 상황이 정반대로 재현됐다. 26일 저녁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7회 미당문학상·황순원문학상, 제8회 신인문학상 시상식 자리에서다. 25년 묵은 친구 문태준의 축사는 이랬다.

 “김연수는 나를 만나면 은근히 자기도 시인 출신이라는 사실을, 그것도 등단 연도가 나보다 1년 빠른 선배 시인이라는 행세를 한다. 한 잡지에서 시인 출신 소설가에게 시 원고 청탁을 한 적이 있었다. 어느날 김연수는 나에게 시 원고를 보여줬다. 발표해도 되는 수준인가를 내심 묻고 싶었던 모양이다. 94년엔 내가 그에게 시를 점검받았지만 이제는 그가 나에게 점검을 받게 된 것이다. 나는 ‘그게, 좀 그렇다네’라고 말했다. 아무튼 오늘로써 김연수의 시에 대한 미련이 상당 부분 종료되기를 바란다. 전문 영역인 소설만 잘 쓰기를 바란다.”

 이에 앞서 ‘동네 술친구’ 김훈 역시 “김연수가 되면 내가 축사를 해주기로 약속했다”며 단상에 올랐다.

 “나는 가끔 김연수에게 전화해 놀러 가자고 하는데 그는 원고 마감이 있다며 거절한 적이 많다. 나는 놀자고 하고 그는 거절한다. 난 그런 날에 혼자 나가서 노는데, 젊은 놈이 저렇게 열심인데 내가 놀아도 되겠나 자괴감에 빠질 때도 있다.”

 ‘아주 특별한 축사’. 2년 전 김연수의 축사를 지켜본 한 문인의 말이다. 그 뒤로 미당·황순원문학상은 ‘아주 특별한 축사’의 전통이 생겼다. 지난해엔 이은림 시인이 스승인 미당문학상 수상자 김혜순 시인과의 수업 때 일화를 소개했고, 소설가 이순원은 오랜 벗 구효서가 황순원문학상을 받자 걸쭉한 한 마디를 늘어놨다. 올해 문인수 시인을 위해선 후배 시인 김민정씨가 나섰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마흔 살이 넘어 등단, 대구에서 활동해 온 문인수 시인이 미당문학상 상패와 상금 3000만원을, 해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다 막판 고배를 마시곤 했던 소설가 김연수씨가 황순원문학상 상패와 상금 5000만원을 각각 수상했다. 또 중앙 신인문학상 시 당선자 방수진씨와 평론 당선자 김남혁씨는 상금 500만원씩을, 소설 당선자 김성진씨는 상금 1000만원을 받았다.

 국내 문단을 대표하는 문인들이 대거 참석해 이들을 축하했다. 국내 최고령 현역 시인인 황금찬씨를 비롯해 정진규·이시영·황지우·김혜순 시인, 소설가 김훈·구효서·은희경·김형경씨, 평론가 김치수·조남현·이광호 씨, 출판계에서 현대문학 양숙진 주간, 민음사 장은수 대표 등이다. 또 중앙일보 송필호 사장을 비롯해 미당 서정주 선생의 동생 서정태씨와 황순원 선생의 며느리 고정자 여사 등 유족 대표, 수상자 가족 등 300여 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손민호·이에스더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주요 참석자 명단(가나다순)

▶시인=강정·권혁웅·김경주·김민정·김행숙·김혜순·문태준·박주택·서정춘·손택수·유안진·이경림·이덕규·이문재·이시영·이장욱·이정록·이진명·장석남·장옥관·정끝별·정진규·최정례·황금찬·황지우

▶소설가= 구효서·김경욱·김형경·김훈·백가흠·은희경·이명랑·이혜경·전경린·정미경·천운영·편혜영

▶문학평론가=강유정·권오룡·김미현·김영찬·김용희·김종회·김치수·김형중·류보선·문혜원·박혜경·서동욱·손정수·우찬제·이광호·이남호·조남현·최현식·하응백·황현산

▶출판사=현대문학 양숙진 주간, 민음사 장은수 대표      (중앙일보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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