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푸른 엄지족

이중섭의 달과 까마귀

윤여설 2006. 3. 14. 12:17






 



보름달이 구름에 가려
음산한 날
까마귀 네마리
전깃줄에 앉아 있다
한 마리가 달을 물고 쪼오며
황홀한 춤을 춘다
세마리는 눈이 휘둥굴해
부러운 듯 처다본다
달을 문 까마귀는 곧 눈이 멀어
스산하게 추락했다
세마리 중 한 마리가 달을 쪼오며
잔인한 아름다운 춤을 추며
술취한 듯 휘젓다가 
전깃줄에 내려와 앉았다
다음날 아침
까마귀 네 마리가 떨어진 사과마냥
뒹구는 과수원에서 농부가
김을 매고 있다
한 때 동산 부동산을 모르는 
졸부이던 그가!

 

 

 

 

 

 

 

시집: 푸른 엄지족<2009 현대시단  63쪽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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