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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작가가 숙환으로 별세

윤여설 2022. 12. 26. 16:25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쓴 조세희 작가가 어제(25일) 숙환으로 별세했습니다. "이 책이 필요 없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던 작가의 바람은 아직 현실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햄릿을 읽고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이웃집에서 받고 있는 인간적 절망에 대해 눈물짓는 능력은 마비당하고, 또 상실당한 건 아닐까?"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나오는 한 대목입니다.

서울 낙원구 행복동 무허가 주택에 사는 난장이 가족과 그 이웃들의 이야기를 통해 산업화로 고통받던 도시빈민의 삶을 그린 연작 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작품 속 간결한 문체와 동화적 은유들은 판자촌에서 쫓겨나게 된 난장이 가족의 절망적 현실을 외려 더 날카롭게 그려냈고, 책 제목 자체가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고발하는 대명사로 떠올랐습니다. 1978년 발간된 지 18년 만인 1996년, 문학소설로는 드물게 100쇄를 넘어섰고, 2005년 200쇄, 2017년에는 300쇄, 현재까지 320쇄를 돌파해 누적 발행부수는 148만부에 이릅니다.

 

작가는 2008년 발간 30주년을 맞아 한겨레신문과 인터뷰를 했는데요. 그는 "30년 뒤에도 이 책이 읽힐지 상상을 못했다며 미래 아이들이 여전히 이 책을 읽으며 눈물지을지도 모른다는 게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작가의 걱정처럼 난장이는 수학능력평가 지문에까지 등장했고, 난장이가 고발했던 무허가 판자촌과 재개발 열악한 노동환경과 산업재해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조세희 작가는 더 이상 자신의 작품이 읽히지 않는 세상을 보지 못하고 떠났고, 여전히 자라지 못한 난장이들은 오늘도 절망이 될지 모를 희망의 작은 공을 쏘아올리고 있습니다. 고인의 빈소는 강동경희대 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고 발인은 모레 28일입니다.(CBS노컷뉴스 장규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