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상쾌한 아침 - 김소월

윤여설 2019. 10. 14. 08:42

 

 

상쾌한 아침

 

 

 

 

 

 

 

- 김소월

 

 

 

 

 

무연한 벌 위에 들여다 놓은 이 집

 

 

 

또는 밤새에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아지 못할 이 비.

 

 

 

신개지(新開地)에도 봄은 가날픈 빗줄은

 

 

 

뚝가의 어슴푸레한 개버들 어린 엄도 축이고,

 

 

 

난벌에 파릇한 뉘 집 파밭에도 뿌린다.

 

 

 

뒷 가시나무에 깃들인 까치떼 좋아 지껄이고

 

 

 

개울가에서 오리와 닭이 마주 앉아 깃을 다듬는다.

 

 

 

무연한 이 벌 심어서 자라는 꽃도 없고 메꽃도 없고

 

 

 

이 비에 장차 이름 모를 들꽃이나 필는지?

 

 

 

장쾌한 바닷물결, 또는 구릉의 미묘한 기복도 없이

 

 

 

다만 되는 대로 있는 대로 있는 무연한 벌!

 

 

 

그러나 나는 내버리지 않는다. 이 땅이 지금 쓸쓸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시금, 시원한 빗발이 얼굴에 칠 때,

 

 

 

예서뿐 있을 앞날의 많은 변전(變轉)의 후에

 

 

 

이 땅이 우리의 손에서 아름다워질 것을! 아름다워질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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