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쾌한 아침
- 김소월
무연한 벌 위에 들여다 놓은 이 집
또는 밤새에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아지 못할 이 비.
신개지(新開地)에도 봄은 가날픈 빗줄은
뚝가의 어슴푸레한 개버들 어린 엄도 축이고,
난벌에 파릇한 뉘 집 파밭에도 뿌린다.
뒷 가시나무에 깃들인 까치떼 좋아 지껄이고
개울가에서 오리와 닭이 마주 앉아 깃을 다듬는다.
무연한 이 벌 심어서 자라는 꽃도 없고 메꽃도 없고
이 비에 장차 이름 모를 들꽃이나 필는지?
장쾌한 바닷물결, 또는 구릉의 미묘한 기복도 없이
다만 되는 대로 있는 대로 있는 무연한 벌!
그러나 나는 내버리지 않는다. 이 땅이 지금 쓸쓸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시금, 시원한 빗발이 얼굴에 칠 때,
예서뿐 있을 앞날의 많은 변전(變轉)의 후에
이 땅이 우리의 손에서 아름다워질 것을! 아름다워질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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