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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신화의세계] 한국의 신화 - 박혁거세

윤여설 2012. 9. 13. 16:31

[신화의세계] 한국의 신화 - 박혁거세

 

 


경북 경주시 탑동에 있는 박혁거세 왕릉의 모습. 다섯개의 봉분이 모여있어 오릉으로 불리는 이 무덤에는 혁거세왕을 비롯해 그 왕후와 남해왕·유리왕·파사왕 등이 묻혀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또다른 전설에서는 승천하면서 흩어진 박혁거세왕의 다섯개 유체를 따로 묻었다고 전한다. 이 무덤을 뱀이 지켰다고 해서 사릉(巳陵)이라고도 한다. <한겨레> 자료사진

 
천상에서 찢어진 몸 오곡을 전하다
우리는 건국신화 주인공들의 성스러운 탄생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단군·주몽·혁거세·수로…. 모두 위대한 최고신의 혈통을 타고나지 않았는가. 그러나 정작 이들의 죽음에 대해서는, 좀더 정확히 말하면 지상을 떠나는 모습에 대해서는 잘 모르거나 관심이 덜한 것 같다. 고대 국가를 세운 왕들이 지상을 떠나는 모습에는 세 가지가 있다. 이들은 대개 최고신인 천신의 자손들이라 지상의 과업을 마치면 하늘로 돌아간다. 그게 신화의 논리다. 주몽의 승천이 그런 경우다. 그러나 건국 신화는 고대사의 일부이기도 하기 때문에 건국주의 죽음도 역사화되어 지상에 무덤을 남기는 경우가 많다. 가락국의 김수로왕이 그렇다. 지상과 천상의 중간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는데 백악산 아사달에 들어가 산신이 된 단군이 그런 경우다. 이는 아마도 고조선 멸망 후 단군을 산신으로 모시는 문화가 후대의 전승과 기록에 반영되었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이상한 것이 신라의 첫 왕 박혁거세의 죽음이다. 나라를 다스린 지 61년만에 왕이 하늘로 올라갔다. 이레 뒤 유해가 흩어져 땅에 떨어졌으며 왕후도 또한 죽었다. 나라 사람들이 합장을 하려고 했더니 큰 뱀이 나와 못하도록 막았다. 다섯 덩이의 몸을 다섯 능에 각각 장사했다. 이름을 사릉(蛇陵)이라고 했다. <삼국유사> 기이(紀異) 편의 기록인데 그야말로 기이(奇異)하다. 주몽왕처럼 승천했다가 수로왕처럼 지상에 묻히긴 했는데 다섯 동강이로 묻혔다? 몸을 소중히 여기는 우리의 매장문화에서 보면 불행도 이런 불행이 없다. 대체 무슨 영문인가? 혁거세의 죽음과 능묘 만들기를 둘러싼 이 사건에서 우리가 포착해야할 단서는 둘이다. 하나가 다섯 덩이로 해체된 신체라면 다른 하나는 신체의 합체를 막은 큰 뱀이다. 먼저 승천 뒤 이레만에 다섯 토막으로 떨어져 내린 몸. 좀 끔찍한 느낌은 들지만 죽음과 생명의 영원한 순환이라는 신화적 사유가 여기에 깔려 있다는 것을 알면 그런 느낌이 조금은 덜할 것이다. 천지를 개벽한 창조신 미륵의 사체에서 우주만물이 생성되는 우리의 창조신화가 그것을 잘 보여준다. 허쩌족의 시조모인 곰은 아이를 반으로 찢어 허쩌족을 만들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혁거세의 죽음에도 뭔가 새로운 생명의 창조라는 상징적 의미가 숨어 있지 않겠는가? 여기서 신의 주검에서 곡물이 생겨났다고 하는 하이누벨레 유형의 신화를 불러낼 필요가 있다. 1940년대에 옌젠이라는 독일 학자가 인도네시아 벨마레 족의 신화를 조사해 보고하면서 붙인 이름인데 아메타란 남자의 피가 야자나무 꽃에 떨어진 후 거기서 태어난 처녀가 하이누벨레이다. 이어지는 이야기를 간추려보면 이렇다. 이 처녀가 축제 때 남자들에 의해 구덩이에 생매장된다. 아버지는 딸의 시체를 파내 잘게 잘라 축제 마당 여기저기에 묻는다. 그랬더니 사체가 묻힌 곳마다 서로 다른 모양과 종류의 감자가 열렸다는 것이다. 야자나무 꽃에서 태어난 처녀가 평범한 사람일 리는 없다. 틀림없이 야자나무 신의 딸일 것이다. 그런데 신의 딸을 죽이다니? 신화학에서는 이를 제의적 살해라고 한다. 신 혹은 신을 대신하는 제물의 죽음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마련하는…. 그런데 감자라니? 여기에는 벨마레 족이 사는 세람 섬에 감자가 유입되어 이들의 주식으로 자리잡게 된 내력이 스며 있다. 이제 이들에게는 야자의 기원만이 아니라 감자의 기원을 설명해주는 신화가 필요했던 것이다. 우리는 하이누벨레 신화에서 신의 사체에서 우주가 생성되었다고 하는 창조신화와 동일한 신화적 사유를 읽어낼 수 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이런 유형의 신화가 제대로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다른 유형의 신화나 전설 속에 한 조각 한 조각 자취를 남겨 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특히 우리의 구미를 당기는 것이 양평 지역에서 채집된 밀 기원 전설이다. 근래에는 구경하기도 어려워진 밀이 어떻게 우리 땅에 생겨났는가 잠시 들어보자. 경기도 양평 땅에 늙고 병든 아버지와 아들이 살고 있었다. 아들은 아버지의 병을 고치려고 좋다는 약을 다 써보았지만 효험을 보지 못했다. 어느 날 중국 북경에 명의가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가 병 증세를 이야기했지만 대답이 없었다. 할 수 없이 소실을 통해 청을 넣어 사람의 생간 셋을 고아 먹어야 나을 수 있다는 말을 듣는다. 아들은 처음에는 의기소침했지만 아버지를 위해 약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아들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집에서 멀리 떨어진 의주 근처 고갯마루로 가서 기다렸다. 처음에는 선비가 글을 중얼거리며, 다음에는 중이 염불을 하며, 세 번째는 미친놈이 낄낄거리고 춤을 추며 올라왔다. 세 사람의 배를 갈라 간을 꺼낸 뒤 시체는 합장하고 돌아왔다. 약의 효력으로 아버지의 병은 씻은 듯이 나았다. 그 후 아들은 죽은 사람들에게 사죄하는 제사를 올리려고 기일에 찾아갔다. 그런데 무덤 위에 전에 보지 못한 풀이 많이 자라 있었고 어떤 것은 누렇게 익어가고 있었다. 아들은 그 씨앗을 받아와 두어 해 되풀이 심었더니 한 섬이나 되었다. 일부는 빻아 가루를 만들어 먹고 잘 빻아지지 않는 것은 쌓아두었는데 장마가 지난 후 썩어 술이 되었다. 밀에 칼자국이 있는 것은 배가 갈라져 죽은 사람들의 원혼 때문이다. 또 이렇게 술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술을 마시면 세 사람의 혼이 차례로 나온다. 그래서 처음에는 예의바르다가, 다음에는 불공드리는 중처럼 술을 억지로 권하고, 마지막에는 미친놈처럼 애 어른도 못 알아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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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신화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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