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4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제18차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칸 나오토 일본 총리 간에 조선왕조의궤를 포함한 150종 1,205책의 반환을 합의했습니다.
이번 반환도서들은 모두 일본 궁내청에서 보관하고 있던 도서입니다. 한․일 간에 도서반환을 명시한 이번 「도서에 관한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간의 협정」은 양국의 국내적 절차를 완료하고 상대국 정부에 이의 사실을 통보하면 늦은 쪽의 통보가 수령된 날을 기준으로 발효됩니다.
이번 반환은 2009년 5월부터 외교부, 문화재청 등 관계부처간의 긴밀한 협력 속에서 검토되어왔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지난 2010년 8월 10일에 일본 칸 나오토 총리가 “일본이 통치하던 기간에 조선총독부를 경유하여 반출돼 일본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도서”의 반환의사로 이어졌답니다.
반환 대상의 논의는 2010년 11월 1일부터 11월 2일까지 일본 동경에서 한․일 전문가 간 의견 교환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이번에 반환되는 도서는 「조선왕조의궤」 81종 167책을 비롯하여 기타 규장각도서 66종 938책, 「증보문헌비고」 2종 99책, 「대전회통」 1종 1책 등 150종 1,205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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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되는 150종 1,205책 모두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지만 그 중 몇 가지의 내용과 반출된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왕실이나 국가의 주요 행사를 기록한「조선왕조의궤」의 경우, 조선총독부가 1922년 5월에 일본 궁내청에 기증한 80종 163책과 일본 궁내청이 구입한 1종 4책 <진찬의궤> 등 81종 167책이 있는데 이번 반환을 통해 모두 우리나라로 돌아옵니다.
「증보문헌비고」 (2종 99책)는 우리나라의 역대 문물제도를 정리한 일종의 백과사전으로 1908년(융희 2년)에 간행된 것입니다. 이 책 역시 일제강점기 때 반출되었는데, 이 중 1종 51책은 1911년 8월 10일에 조선총독부가 일본 궁내청에 기증한 것이고 나머지 1종 48책은 ‘조선총독부 기증’ 첨지가 있어 반환대상에 포함되었습니다.
「대전회통」 (1종 1책)은 1865년(고종 2년)에 편찬된 조선시대 마지막 법전으로, 이 책의 경우 ‘조선총독부 도서’라는 장서印이 날인되어 있어 반환받게 되었습니다.
1897년 10월 13일에 있었던 대한제국의 선포와 함께 황제 즉위식 때의 의식절차를 기록한 「대례의
궤」 는 황제 즉위식에 필요한 책보(冊寶 : 임명장과 도장)를 모시고 환구단으로 가는 반차도가 실려 있고, 향과 보책을 싣고 가는 황금색의 가마, 책보 그리고 각종 의장을 그린 채색도가 실려 있습니다.
의궤는 보통 도감(都監)에서 만들어 지는데, 이 책은 다른 의궤와는 달리 책문(冊文)과 금보(金寶)등을 만든 보책조성소(寶冊造成所)에서 만들었습니다.
1책으로 구성된 「대례의궤」는 모두 9건이 제작되어 사대사고와 규장각, 시가원, 비서원, 장례원, 환구단에 봉안되었습니다. 이번에 반환된 책은 오대산 사고본으로 알려졌습니다.
「왕세자가례도감의궤」는 1881년(고종18) 11월에서 113년 2월 사이에 거행된 조선조 제 27대이자 마지막 황제인 순종의 왕세자 때의 가례를 기록한 의궤입니다.
「송자대전」은 조선시대의 문인, 학자, 정치가인 송시열(1607~1689)의 시와 각종 글을 모아놓은 시문집으로 이전에 간행되었던 우암집을 대본으로 하여 간행되었습니다.
많은 분량의 시문을 남겨서 책수가 총 102책에 달하는데, 이는 개인문집으로는 한국에서 가장 규모가 큽니다.
「송자대전」은 송시열의 학문과 문학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동시에 조선후기 정치사 연구에 꼭 필요한 자료입니다. 이등박문(이토 히로부미)이 반출해 간 송자대전은 원래 규장각 소장본이었다고 합니다.
「우암집」은 송시열의 문집으로 1717년에 54책이 간행되었고 이후 두 차례에 걸쳐 보완되었습니다. 이등박문에 의해 반출된 규장각본 우암집 60책이 이번 반환을 통해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옵니다.
「동문선」은 1478(성종9) 간행본 133권 45책(정편동문선)과 1518년(중종13)간행본 23권 11책(속동문선), 1713년(숙종39) 간행본 33권 15책(별본동문선 또는 신찬동문선) 등 세 종류가 있습니다. 이등박문이 반출한 동문선은 56책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내역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조선 초기에 이르기까지 독자적으로 발전한 조선의 문화를 종합정리하였다는 측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의 작품들을 수록하고 있어서 자료적 가치가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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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등박문(伊藤博文 이토 히로부미) 은 조선에 을사조약을 강요하고 헤이그특사사건을 빌미로 고종을 강제로 퇴위시키고 조선 식민지화를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06~1909년 사이, 당시 통감이었던 이등박문이 77종 1,028책을 일본으로 반출하였습니다. 이 도서들은 이등박문 사후, 일본 궁내청으로 유입되었습니다.
1911년 일본 궁내청은 조선총독부에 이들 도서의 양도를 요구하였고 조선총독부는 궁내청에 대해 200책은 양도하고 929책은 반납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이 때 반출된 것은 조선시대 규장각 소장 도서 33종 563책과 조선시대 정부 기관 등 소장 도서 44종 465책입니다.
이등박문의 반출도서 전체 77종 1,028책 중 11종 90책은 1965년 「한일문화재협정에 따라 반환되었고, 잔여분 66종 938책은 이번에 반환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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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반출된 유산이 다시 반환되어 돌아오는 길은 평탄치 않습니다. 단시일 내에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이번 반환 역시 2006년부터 민간단체(조선왕실의궤환수위원회)에서 환수활동을 추진하였고, 국회 차원에서 2차례의 결의문이 채택(06.12.8/10.2.25)되는 등 각 계에서 노력한 결과가 결실을 맺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 이번 도서 반환은 한․일 강제병합 100년이라는 양국의 역사적 갈등을 문화교류 측면에서 해소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갖는다고 볼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해외에 반출된 유산이 반환되어 올 때 무조건 박수만 치고 모든 임무를 마쳤다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반환되어 온 유산에 대한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바탕이 되어야 다시 돌아온 유산의 보호와 함께 그 가치의 심층된 연구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유산은 국가의 재산이라는 상징적 의미보다 축적된 역사의 증거물인 동시에 우리 모두의 재산이라는 인식의 확산이 중요합니다.
이런 인식의 바탕이야 말로, 어떤 상황에 있어서든 우리 것을 우리 삶의 터전에서 우리 손으로 보호하는 일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일본궁내청
궁내청(宮內廳,)은 황실에 관계된 사무나 천황의 국사행위 중 외국 대사의 접수나 의례에 관한 사무 및 옥새와 국새의 보관을 관장하는 내각부 소속의 일본의 행정기관이다. 1869년에 궁내성을 설치하였으나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1947년에 일본국 헌법이 시행되면서 궁내부가 되었다가, 1949년에 궁내청으로 개칭하였다.
▲제2기 문화재청 대학생 블로그기자단 이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