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설 2005. 12. 26. 11:40
 

산뜻한 손님



아파트 한 집 한 집은 절해 유배지다

이웃을 모르는 건 당연하고

경비원 덕에 찾는 이도 없다

스스로 잘 절연된 옥에 갇힌

삭막한 주거

고독을 풀어주는 안정제 같은

재잘거림에 내다봤다

창 밖 새시를 붙들고 곡예하는

화분받침대에

참새 몇 마리가 실망해 그냥 간다

허전함에 쌀 몇 톨을 놓았다

잊혀진 며칠 뒤 우연히 들러

모이를 먹는 그들

몇 톨의 쌀로 비교될 수 없는 기쁨이

극한의 갈증을 풀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