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이 겨울에 읽고 싶은 시(고드름 - 박정원 시)
윤여설
2014. 1. 12. 21:16
고드름
- 박정원
예리하지 않고서는 견뎌낼 수 없는 오기였다
가장 약한 것이 가장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밤마다 처마 밑에서 울던 회초리였다
거꾸로 매달려 세상을 볼 수밖에 없었던 날카로운 송곳이었다
냉혹하게 자신을 다스릴수록 단단해지던 회한이었다
언제 떨어질까 위태롭다고들 했지만
그런 말들을 겨냥한 소리 없는 절규였다
복수하지 마세요 그 복수의 화살이 조만간 내게로 와
다시 꽂힙니다
절 마당엔
노스님이 가리키던 동백꽃 하나 투욱, 지고
이쯤에서 풀자 내 탓이다 목이 마르다
처마 끝에서 지상까지의 거리를 재는
낙숫물 소리
결국엔 물이었다
한 바가지 들이켜지 않겠는가
박정원 / 1954년 충남 금산 출생.
1998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세상은 아름답다』『그리워하는 사람은 외롭다』『꽃은 피다』『내 마음속에 한 사람이』『고드름』『뼈 없는 뼈』
‘함께하는 시인들’ 동인.
시인은 한겨울 추녀에 매달려 있는 고드름을 바라보며
오기와 회초리, 송곳과 회한, 그리고 소리없는 절규를 들었다.
결국은
지상을 향해 날카롭게 거꾸로 겨누는 고드름을 보며
복수하지 마세요. 이쯤에서 풀자 내 탓이다,라며
세상에 화해를 한다.
그리고 결국엔 물이었다,라며
모든 걸 포용한다.
이 엄동의 예리한 고드름처럼 거꾸로 겨누며
맺힌 것들을 내 탓으로 풀고 싶다.
화해해고 싶다.